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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종부세 ''좋은 안(案), 나쁜 안(案), 이상한 안(案)''

조선일보 기자I 2008.07.30 08:29:01

저소득 고령자 ''종부세 유예 제도'' 논란
"좋다" 어르신들, 세금 때문에 집 파는 사태 막을 것
"나쁘다" 기대에 못미친 미봉책… 아예 면제 시켜줘야
"이상하다" 완전 면제하면 차명거래 조장… 정부 딜레마

[조선일보 제공] 소득이 거의 없어 종합부동산세를 내기 힘든 1주택 고령자에게 생전 또는 사후(死後)에 주택을 처분할 때까지 세금 납부를 유예해 주는 방안(이하 '종부세 유예 제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정부 내에선 저소득 고령자 종부세 대책의 일환으로 종부세 유예제도가 검토되고 있으며,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비슷한 내용의 종부세 유예제도를 담은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본지 7월29일자 A1면 참조〉

그러나 일부 고령자들은 "소득이 없는 나이든 1주택자들에게 무거운 종부세를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종부세 유예가 아닌 종부세 경감 조치가 필요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고령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을 감안, 보완조치를 검토중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종부세 유예'

정부와 한나라당은 6억원 이상 주택 1채를 소유한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종부세 납부를 길게는 평생 동안 유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생전에 주택을 팔지 않으면 평생 동안 납부 유예 혜택을 주고, 사후에 주택을 처분해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만약 체납에 따른 이자를 면제해 줄 경우 혜택은 더 커진다.

정부 관계자는 "종부세의 큰 골격은 유지하되, 고령자들이 종부세 때문에 주거지를 떠나야만 하는 사태는 막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과 이용섭 의원이 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도 1가구 1주택 고령자가 상속·증여·매매로 주택을 처분할 때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용섭 의원측은 "유예 방안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고령자들 기대에는 못미쳐

세금 유예의 당사자인 고령자들은 대체로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아파트(198㎡)에 사는 엔지니어 출신 박모(74)씨는 "기술자문료 등으로 월 수입이 180만원에 불과한데도 지난해 구식 아파트가 재건축 되면서 종부세 850만원, 재산세 320만원 등 1170만원의 세금을 내야 했다"며 "종부세 유예가 아니라 아예 면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김모(70)씨는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해도 종부세 부담 때문에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노인들에게 종부세를 유예해 주는 것 보다는 종부세를 폐지해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고령자들은 "과도한 세금을 사후에 한꺼번에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처량하다"며 거부감을 표시했다.

◆당혹스러운 정부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종부세 개편에 대한 방침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에서는 저소득 고령자에게 종부세 부담을 덜어 줄 필요는 있지만, 종부세를 아예 면제해주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고령자에게 종부세를 면제해 줄 경우 고령자 명의를 빌려 투기를 하는 차명 거래 등 불법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종부세 사후 납부 등 유예 방안에 대해 고령자들이 예상보다 강하게 반발하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고령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세금 경감 등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종부세 유예제도 시행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이 종부세 감면 방안도 주장하고 있는 만큼, 고령자의 경우에는 유예 외에 종부세액 공제 등의 다양한 추가 보완책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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