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진철기자] 정부가 서울 강북권을 광역단위로 묶어 공영개발하고 강남 재건축아파트 규제완화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각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21일 브리핑에서 "공급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강남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당정은 개발사업에 따른 초과이익을 철저히 환수하는 방안으로 기반시설부담금제를 연내에 입법화하기로 하고, 강북권에 공영개발을 도입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강북권 공영개발이 기존 재개발·뉴타운 지역이 반사이익을 초래해 집값을 올리는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재건축 소형평형 의무비율 축소나 임대주택 건설의무를 완화 등이 투기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여전히 투기세력이 부동산 시장에 머물고 있는 상태에서 강북과 판교 지역에 중대형 주택공급량을 늘린다는 것은 과거 투기억제를 명목으로 신도시 개발을 통해 투기를 부양한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서민주거 안정을 외치며 부유층을 위한 주택정책을 마련했던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부동산 정책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은경 경실련 팀장도 "공영개발은 정부가 땅을 모두 수용해서 개발을 한다는 의미인데 재개발지역에서도 적용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집값을 잡겠다고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 지 얼마 안돼 또다시 규제완화를 하겠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영개발이 실제 추진될 경우 막대한 재원조달은 물론 개발이익 환수방식이나 보상문제를 놓고 토지소유자들의 반발 등 진통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재건축·재건축사업에 기반시설부담금제가 도입될 경우 조합원 부담증가로 사업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공영개발의 취지는 좋지만 개발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토지 소유자들이 동의를 구하기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설사 공영개발을 위한 토지수용 동의를 얻더라도 땅값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도 의구심이 든다"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조합 모임인 재건련측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에는 환영한다"면서도 "기반시설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재건축 사업추진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논란과 관련, 정부는 "공영개발 재원을 100% 공공재원이 투입돼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정부가 현재 BTL사업 등을 통해 시중의 부동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을 시도하는 것처럼 그것을 효과적으로 연결시키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강남 재건축 규제완화 부분은 앞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개발사업에 따른 초과이익 환수를 위한 기반시설부담금제 등 다양한 개발이익 환수장치를 마련한 후 공급확대를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오는 8월 발표될 정부의 부동산대책 일환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같은 정책에서 향후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어떻게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도 논란을 예상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공영개발이나 재건축 규제완화, 기반시설부담금제 등은 부동산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라며 "민간역할의 축소와 공공의 리스크부담 등은 어떻게 해결할 지 등에 대한 고민이 선행된 후 도입여부가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