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는 2016년에 이어 새 주인 찾기에 또 실패한 한국맥도날드의 향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나무랄 데 없는 브랜드 인지도는 부정할 수 없는 강점이다. 그러나 글로벌 브랜드 인수를 위해 험준한 조건과 협상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는 점은 우려 요소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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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지난 27일 한국맥도날드 인수와 관련해 “검토한 바 있으나, 인수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인수를 여전히 논의 중이라는 답변 대신 짧은 메시지로 최종 결렬 사실을 알렸다.
동원산업은 외식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 1월 한국맥도날드 인수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2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매각 협상은 두 달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다 매각 결렬로 결론이 났다.
한국맥도날드의 매각 시도는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글로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이 매일유업(267980)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추진하다가 매일유업의 포기로 무산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맥도날드 매각가와 회사 운영 방침 등을 두고 양측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양측이 책정한 매각가에 적잖은 격차가 있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인수(매각) 해봤거나 운영해봤던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인수전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본사의 개입 여부가 핵심이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은 ‘관리(매니지먼트)’라는 명목으로 신규 매장 출점이나 메뉴 개발, 마케팅 등에 걸친 광역화된 통제를 진행한다. 반면 원매자 입장에서는 거액에 인수를 했는데 본사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로열티 이슈도 관심사였다. 한국 맥도날드는 순 매출의 약 5% 안팎을 본사에 로열티로 지출했다. 인수 이후 실적이 껑충 오르면 본사가 가져가는 금액이 그만큼 많아지는 구조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로열티 책정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로열티 수취 비율을 두고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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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맥도날드 매각전이 새로 고침을 누른 가운데 매각 측 조건을 수용할 새 주인이 등장할지를 두고도 시장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차츰 열기를 띄는 자본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새 주인이 등장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앞선 사례를 모를 리 없는 원매자 입장에서 녹록지 않은 조건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결과적으로 양측이 모두 납득할 인수조건에 합의가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는 2016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아웃백) 인수 당시 로열티 비율 인하를 제시하는 한편 해당 금액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는 안을 본사에 제안했다.
여기에 메뉴 변경과 딜리버리 서비스 도입을 아우르는 자율적인 경영안을 도출했다. 그 결과 스카이레이크는 2016년 580억원에 아웃백을 인수한 지 5년 만인 2021년 BHC그룹에 2700억원에 매각하며 산술적으로 4배 넘는 성과를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는 나무랄 데 없지만 앞선 사례에서 봤듯이 협상 조건이 관건이다”며 “양측의 전향적인 논의가 없다면 매각 협상이 진전되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