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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6월4일 오전 4시께 인천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고향친구 B(33)의 복부, 얼굴 등을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자녀들 앞에서 B씨가 자신을 폭행하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후에도 흉기를 내려놓지 않고 “B를 죽여야 한다”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B씨는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고 왼손 신경을 잃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A씨의 변호인은 1심에서 “피고인이 단지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며 조현병을 앓던 B씨가 만취해 자녀들 앞에서 자신에게 주먹을 휘둘러 자녀들을 보호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무차별적 행위는 자신과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위 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었고 피해자를 향한 적극적인 공격 행위로 봐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병원 후송 당시 B씨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으며 왼손 신경 등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범행 수법과 범행 결과 등에 비추어 볼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형량은 B씨가 A씨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5년으로 정했다.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전 피해자로부터 머리에서 피가 날 정도로 머그잔으로 맞게 되자 우발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는 등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신고로 피해자가 병원으로 후송됐고 현재 피고인의 어린 두 딸이 부모 없이 보호시설에 맡겨져 있는 딱한 처지인 점, 2심에서 피해자가 추가 합의금을 받고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다시 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