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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식 처분을 결정한 상장사 개수별로는 코스피 상장사가 20곳, 코스닥 상장사 46곳으로 지난해 각각 17곳, 11곳에 비해 늘었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가 4배 넘게 늘어났다.
지난해에 우리사주·스톡옵션·상여 등을 위한 처분 목적이 과반수를 차지한 반면 올해는 투자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처분이 늘어 눈길을 끌었다. 코스피 상장사 20곳 중 55%(11곳)가 투자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기주식 처분을, 코스닥 상장사 46곳 중에선 54.3%(25곳)가 투자 및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특히나 코스닥의 경우 지난해 상장사의 63.6%(11곳 중 7곳)가 임직원 상여를 위해 자기주식 처분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처분을 결정한 회사 개수가 늘어남과 동시에 투자와 유동성 확보 수요도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 너도나도 투자자금 및 유동성 확보에 나서…자사주 대상 교환사채 발행도 `쑥`
코스닥 시장에서 개별 사례로는 원익홀딩스(030530)의 경우 기업 인수대금 확보를 위해 103억2000만원 규모의 자사주 처분을 공시했다. 회사는 지난 10월 2차전지 소재·장비업체인 피앤이솔루션 주식 520만주(지분율 35.1%)를 1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브레인콘텐츠(066980) 역시 운영자금 및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52억원 규모의 자사주 처분을 공시했다.
자기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도 빈번했다. 올해 4분기 동안 브이티지엠피(018290)(140억원), 동운아나텍(094170)(129억원),레드캡투어(038390)(117억원), 이랜시스(264850)(31억원), 아주IB투자(027360)(50억원), 아나패스(123860)(30억원) 등이 교환사채를 통한 자금 확보에 나섰다.
이처럼 상장사들의 자기주식 처분 규모가 급증한 데에는 연말 강세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코로나19로 지난 3월 증시가 급락하자 많은 상장사들이 주가 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를 취득했다. 지난 3월13일 금융당국은 6개월간 상장사의 자사주 매수 주문 한도 규제를 일시적으로 없앤 바 있다.
이후 증시가 가파르게 우상향하면서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코스닥지수도 닷컴버블 이후 처음으로 900선을 넘어서자 급락장에 사들였던 자사주를 처분할 기회로 삼은 것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자사주를 처분하기 우호적인 환경이었다”며 “올해 4분기 실적의 경우 불확실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미리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처분도 이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