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중국 기업이라는 것을 지적하며 국가 안보 상의 우려를 이유로 미국에서의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틱톡의 앞날이 불확실해지기 시작했다. 사업 폐쇄라는 극단의 결과를 막기 위해 틱톡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일부 지역의 사업 매각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이 인수 경쟁에 뛰어들어 최종적으로 오라클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클라우드 사업이란 사용료를 받고 고객에게 데이터나 프로그램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 공간과 IT 자원을 빌려주는 사업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실제로 사용한 저장 공간만큼만 사용료를 내기 때문에 필요한 저장 공간의 양에 변화가 많거나 스타트업처럼 필요한 저장 공간이 급증하는 경우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클라우드 사업은 세계 시장규모가 300조 원, 연평균 성장률이 18%에 달하는 매력적인 사업으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체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오라클은 시장점유율 3%로 5위에 머무르고 있다. 틱톡은 현재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오라클이 틱톡 딜에 성공하게 되면 연간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구글로부터 가져오게 되어 순위 변동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후발주자인 오라클의 클라우드 사업의 위상을 높이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사업은 소셜 미디어뿐 아니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무인 항공기, 무인 자동차 등에 없어서는 안 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이다. 그런데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클라우드 성적표를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난 6월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업 클라우드 사용률은 OECD 평균 수준인 30.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9%에 머물고 있다. 그리스, 폴란드, 멕시코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0.5%에 불과하다. 작은 규모도 문제지만 국내 시장의 67%를 외국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 딜을 밀어붙인 이유가 미국의 데이터를 중국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현재 추세대로 가면 국내 개인과 기업의 데이터 대부분이 외국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 무역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시대에 클라우드 서비스의 해외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정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5월 디지털 뉴딜의 핵심으로 클라우드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공공부문 서비스를 최대한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정부의 클라우드 서비스 조달 체계를 혁신하여 민간부문의 클라우드 산업 발전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클라우드 산업 발전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분명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클라우드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클라우드에 대한 기업들의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정보 보안을 이유로 기업마다 IT 서비스 조직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클라우드 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보안 기술과 클라우드 사업모델의 발전으로 이미 클라우드에 저장된 정보의 보안이 기업의 자체 서버보다 뛰어난 것이 사실이다. 정부에서 뉴딜 정책으로 밀어붙여서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 확보를 위해 클라우드 전환을 검토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