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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人]'코로나19, 꼼짝마'…지하철역 방역 최전선에 선 작은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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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I 2020.09.17 05:35:00

집회 성지 광화문역 일평균 승하차 인원 5만2000여명
확진자 지나가도 광화문역사 내 감염은 '제로'
광화문역사 구석구석 소독…역사 내 사유재산도 예외 없어
산전수전 다 겪은 직원들, 광화문 집회에 초긴장
청소에 방역 힘들지만 묵묵히…승객들 걱정 앞서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아유. 손가락이 욱신거리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서울도시철도 방역요원이 역내 방역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지난 11일 낮 12시30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지하. 지상 출구로 향하는 계단 앞에 서자 눈앞이 노래졌다. `마(魔)의 계단`으로 불리는 곳 답게 2번 출구 계단은 길고 가팔랐다.

왼손에는 코로나19 소독용 헝겊, 오른손에는 살균액이 든 1리터짜리 분무기를 들고 지상이 겨우 보일 듯 말 듯 펼쳐진 계단을 거북이 걸음으로 올라간다. `칙칙` 분무기 소리를 따라 헝겊을 좌우로 움직이며 한 걸음씩 내딛는데 다리가 아닌 팔이 저려 온다. 흰 목장갑에 회색 고무장갑까지 껴 둔해진 손가락으로 연신 분무기를 뿌린지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엄지와 검지 손가락이 얼얼해진다.

일평균 승하차 5만2000여명…3교대로 청소·소독 ‘척척’

“소독제를 뿌리면서 계단을 올라가야 하니까 팔 전체 특히 손가락이 많이 아파요. 7개월 이상 일하면서 요령도 생겼지만 분무기를 잡는 손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네요. 사실 아픈 것보다 고객님들이 지나갈 때 소독액이 튀지 않을까봐 더 신경이 쓰이죠.” 이날 방역활동의 사수를 맡은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 직원 유영복씨는 아담한 체구지만 야무진 손놀림으로 역사 구석구석을 누볐다.

유씨가 일하는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은 서울교통공사 자회사로 5~8호선 역사의 청소·소독을 맡고 있다. 1725명의 직원들이 157개 지하철역사에서 근무하는 이 회사는 지난 1월 24일 서울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9월 중순 현재까지 직원은 물론 역사 내에서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코로나 청정지대다.

특히 광화문역사는 미화원들 사이에서 `험지 중의 험지`로 꼽히는 역사 중 하나다.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은 5만1808명으로 서울시가 지난달 21일 시 전역에 10인 이상 집회금지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 매주 토요일 집회 참석 인파로 붐볐던 곳이다.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인 만큼 직원 10명을 배치해 관리 중이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 직원들이 소독 작업에 앞서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광화문역을 포함한 모든 지하철역은 오전과 오후, 야간 3교대로 운영한다. 유씨가 속한 아침 근무조는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3시까지 일한다. 광화문역 인근 직장들이 몰리는 오전 8시 전까지 지하철역 바닥, 화장실 등을 청소한다. 이 업무가 끝나면 숨돌릴 틈도 없이 소독 작업에 들어간다. 출입 게이트, 계단·에스컬레이터·장애인용 리프트 손잡이, 대합실 내 벤치와 비상인터폰, 스크린도어 손잡이 등 승객들의 손길이 닿을 만한 곳은 모조리 찾아 살균액으로 꼼꼼하게 닦는다. 대합실 자판기, 무인 증명사진 기계 등 교통공사의 재산이 아닌 기기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이경숙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 광화문역사 반장은 “교통공사 시설이 아니더라도 현금투입구처럼 손님들의 손이 접촉되는 곳은 빠짐없이 소독한다”면서 “우리 역에서 확진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동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닦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회 산전수전 다 겪어본 그들도 광화문 집회에 마음 졸였다

웬만한 집회에는 내성이 생긴 그들이지만, 지난달 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며칠간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8월12일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재확산하던 시기였기 때문. 집회 당일 광화문역사 승하차 인원도 평소보다 53% 급증한 7만9512명에 달해 환경미화원들과 그 가족들은 감염에 대한 걱정이 컸다고 한다. 서울시도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광화문역 전체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에 나선 결과 다행히 전원 음성으로 나왔다.

“집회 참석자들이 예상보다 많았던 데다가 역사 내 화장실에서 거리두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무섭고 불안했죠. 우리 중 한 사람이 걸리면 팀 전체가 감염될 수 있잖아요. 음성이라는 소식을 듣고 천만다행이다 싶었죠.” 이 반장을 포함한 동료들은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회사와 집만 오가며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회사 방침이기도 하지만, 과중한 업무로 고생하는 동료들이 덜 힘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 직원들이 11일 오후 5호선 승강장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사실 이들의 주 업무는 지하철역사 청소로 코로나19 소독 업무를 하기 전 이미 땀범벅이 된다. 덴탈·공업용 마스크 두 장을 쓰고 일한 뒤 휴게실로 돌아오면 덴탈 마스크가 흠뻑 젖어있다. “바닥 청소를 해야하는 아침에는 머리띠와 목 수건이 필수에요.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데 특히 눈에 땀이 들어가면 너무 따갑거든요. 저처럼 안경을 쓴 사람은 김까지 서려서 안경을 벗고 일하는 게 나아요.” 유씨는 안경을 벗고 일하는 아침마다 시야가 흐려져 두통에 시달린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소독업무가 추가돼 육체적 피로감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들은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묵묵히 소독업무를 해내고 있다.

추석 이후 연휴 집회 벌써 걱정…연휴에도 소독 빈틈 없이

“원래 청소가 주 업무인데, 소독을 우선해야 하는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어요. 청소에 미진한 부분이 생길까봐 걱정도 되지만 광화문역은 확진자들이 많이 지나가는 동선이다보니 소독을 절대 소홀히 할 수 없어요.”

우원철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 총괄팀장은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두고 걱정이 앞선다. 개천절과 한글날 서울 도심에 대규모 집회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서울시가 10인 이상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달 11일까지 연장한 데 이어 전세버스업계에서 집회운행 거부에 나선 상황.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도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이달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 팀장들을 대상으로 근무조를 편성해 대응에 나선다.

우 팀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심 집회까지 예고돼 있어 모두 긴장하고 있다”며 “팀장들이 돌아가면서 직원들과 함께 역사 방역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현장을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 직원들이 5호선 광화문역 플랫폼에서 소독,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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