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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논쟁은 해묵은 일인데, 삼복을 전후해 시빗거리가 더 커진다. 비건(Vegan) 세상을 위한 시민모임은 초복을 맞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채식 촉구 퍼포먼스를 했다. “개는 음식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는 게 모임의 주장이다. 개식용 반대의 한 축은 이렇듯 감성에 소구한다. ‘어떻게 가족 같은 개를….’ 가족 같은 개가 없는 이들은 공감하지 못한다. 반쪽짜리다.
반대론의 다른 반쪽은 위생 문제를 든다. 올해 등장한 바이러스는 힘을 실었다. 날짐승을 식용으로 쓰는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터진 가능성이 불거지면서다. 개고기도 마찬가지다. 도륙과 유통이 여전히 음지에서 이뤄진다. 중국에서 2003년 청산가리를 먹은 개고기가 유통 과정에서 적발된 건 사례다. 도륙하기 귀찮아서 독을 먹였다. 한국도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관리가 안 되니 전염병 발병 위험을 차단하기 어렵다. 그러니 아예 먹지 말자는 것이다.
`개고기의 나라` 중국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어 유난스럽다. 중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2월 야생동물 거래·식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물론 코로나 19 진원지로 지목된 걸 희석하려는 방편이란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파격적인 조처다. 중국은 개고기의 나라다. 매해 열리는 개고기 축제 기간, `열흘간 개 1만 마리를 도살`한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다. 이런 중국이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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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보신탕을 먹어서 건강해졌다”는 이의 주장은 진위를 따질 대상이 아니다. 개를 먹어서 행복한 이를 나무라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불편한 건 이들을 보는 쪽이다. 행복과 불편, 상반하는 감정이 충돌하면서 개고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양쪽 누구도 절대적으로 옳은 건 아니다. 그래서 접점이 없다.
여론에 민감한 식품회사 얘기를 들어봤다. 가정간편식(HMR) 제조업체 관계자는 “개고기를 간편식으로 제조할 기술력은 충분하다”면서도 “그럼에도 여태 개고기를 안 팔았고, 앞으로도 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팔았다가 난리가 날 것”이라는 게 이유라고 했다.
돈 되면 마다할 리 없는데, 거기에도 정도가 있다는 게다. 보신탕 한 그릇 비우는 행복감보다, 빈 그릇에 담길 불편함이 더 불편하다는 말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