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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까지 와서 짬뽕을 찾는 이상민에게 탁재훈은 “너는 병이다”라며 핀잔을 줬다. 그러다가 게, 딱새우 등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음식에 감탄했고 지금까지 맛본 짬뽕과는 확연히 다른 토마토 짬뽕의 맛에 만족감을 표했다.
10분가량 전파를 탄 방송의 여파는 엄청났다. 평소 정오에 문을 여는 식당 앞에는 오전 9시부터 토마토 짬뽕을 먹으려는 손님 수십 명으로 북적였다. 평소 100그릇 안팎으로 나가던 토마토 짬뽕은 이날 오후까지 총 200그릇이 넘게 팔렸다. 재고 소진으로 차례를 기다리던 100여 팀은 젓가락도 들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흑돼지 전문점 ‘해성도뚜리’ 이야기다.
해성도뚜리를 운영하는 김자인(58)씨가 숨 돌릴 틈도 없었던 하루를 마감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호텔신라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이었다. 김씨는 “호텔신라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맛있는 제주 만들기’(이하 맛제주)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공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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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신라 사회공헌 활동 ‘맛제주’, 명물 ‘토마토 짬뽕’ 낳다
맛제주는 호텔신라가 추진하고 있는 제주 지역 대표 사회공헌 활동이다. 호텔이 보유한 조리법을 전수하고 서비스 교육과 더불어 식당 시설과 내부 인테리어 등을 개선해 영세식당들의 자립을 돕는다. 제주도청 주관의 선정위원회가 심의절차를 거쳐 선정한 식당이 대상이다. 지난 2014년 2월 1호점 ‘신성할망식당’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4개 맛제주 식당이 운영 중이다.
김 씨는 지난 2002년 제주도 애월읍에서 해성도뚜리의 문을 열었다. 김 씨 혼자서 식당을 꾸려갈 정도로 영세한 식당이었다. 변화가 필요했던 김 씨는 지인에게 맛제주에 관한 소식을 듣고 제주도청에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했고 9번째 지원 식당으로 선정됐다.
해성도뚜리를 방문한 호텔 셰프들과 관계자들은 입지 조건과 주요 메뉴 등을 따져 면 요리를 추천했다. 간단한 점심 식사를 원하는 손님과 흑돼지 구이를 먹으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사이드 메뉴를 원하는 저녁 손님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셰프들이 추천한 메뉴는 ‘짬뽕’이었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딱새우 등 고급 해산물을 비교적 저렴하고 쉽게 공수할 수 있어 유명 짬뽕집이 많고, 제주도 짬뽕 맛집만 찾는 관광객이 있을 정도로 짬뽕이 특산물처럼 자리 잡은 최근 트렌드를 염두에 둔 제안이었다. 셰프들은 다른 짬뽕과의 차별화를 위해 육수에 간 토마토를 첨가하는 조리법을 알려줬다. 토마토 짬뽕이 탄생한 배경이다.
다만 김 씨는 처음엔 토마토 짬뽕 도입을 망설였다. 본인부터 짬뽕과 토마토의 궁합이 낯설었던 데다, 흑돼지와의 조합도 의심스러웠다. 그런 김 씨의 맘을 돌린 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변화할 수 없다”는 셰프들의 조언이었다. 김 씨는 해당 메뉴를 바탕으로 2015년 3월 식당을 재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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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되는 피드백과 컨설팅…식당 자립에 큰 도움
재개장 뒤로도 호텔신라의 도움은 계속됐다. 호텔신라는 분기마다 맛제주 선정 식당 경영자들을 제주 신라호텔로 초대해 친목을 도모하는 한편 경영 노하우를 공유토록 했다. 또 음식 메뉴 개발이나 경영상 애로사항 등을 전달하면 호텔신라 관계자들이 상담과 컨설팅을 해줬다. 호텔신라 직원과 셰프들은 한 달에도 몇 번 씩 가게로 전화해 어려움을 묻기도 했다.
월 매출이 20만~30만원에 그쳤던 해성도뚜리의 일 매출은 재개장 후 200만원 안팎까지 치솟았다. 입소문을 듣고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점차 늘었다. 그러나 순항하던 해성도뚜리도 올해 초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높은 파고 앞에선 휘청일 수밖에 없었다. 북적이던 관광객이 사라지니 일 수입은 절반 이하로 주저앉았다.
경영이 어려워질수록 김 씨는 도움을 준 셰프들을 떠올리며 초심으로 돌아갔다. 식사를 하는 손님들 웃으며 응대하고 맛이 어떤지 꼭 물었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럴수록 재료도 아낌없이 넣었다.
초심을 지키다보니 기회가 찾아왔다. SBS ‘미운 우리 새끼’ 제작진이 촬영 요청을 해온 것. 김 씨는 “입소문으로만 장사하다 TV 프로그램 팬이라 촬영에 응했던 것이 큰 복이 됐다”라고 했다.
지금도 호텔신라는 해성도뚜리에 지속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한 김 씨에게 호텔신라는 외려 최근 유명 식당들이 사용하는 대기 명단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조언했다. 김 씨는 이튿날 해당 시스템을 식당 밖에 설치했다.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도록 하라는 충고도 받아들여 평소 준비하던 짬뽕 재료량을 200인 분에서 300인 분으로 늘렸다.
김 씨는 “호텔신라는 어려운 지역 식당에 온정의 손길을 내민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관리와 피드백으로 식당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라면서 “호텔신라의 도움을 생각하며 향후 제주도에 새롭게 자리 잡으려는 요식업체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