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설립 이후 첫 대형 M&A를 단행한 배경에는 바이오 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전문 기업을 넘어서 글로벌 종합 제약회사로 발돋움하려는 회사의 전략이 깔렸다. 셀트리온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서정진 회장의 사업 확대 의지가 경쟁사를 제치고 인수에 성공한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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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연내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업권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앞서 지난 11일 다국적 제약사인 일본 다케다제약이 한국·대만·마카오·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필리핀·호주·홍콩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9개 국가에서 판매하는 의약품 18개의 특허·상표·판매권 등을 3324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대금 3324억원은 해당 사업부 순자산(자본)인 3517억원보다 약간 적은 금액이다. 삼일PwC가 평가한 영업 가치(2951억~3916억원)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이는 셀트리온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로 단행한 M&A다. 국내 제약업계의 역대 M&A 거래 중에서도 지난 2018년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1조3100억원) 다음으로 큰 M&A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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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하는 셀트리온 케미컬사업본부와 연구·생산을 담당하는 셀트리온제약으로 업무를 이원화했다. 셀트리온은 삼일회계법인과 자문 계약을 맺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치밀하게 인수를 준비해 왔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단순 입찰 가격뿐 아니라 비가격적인 요소에도 공을 들였다고 해석한다.
특히 삼일PwC가 자체 가치 평가를 통해 적정 인수가격 범위를 제공하고 이를 셀트리온이 다케다 측에 제시한 것이 딜 성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국경 간 M&A 거래(크로스 보더 딜)가 막힌 상황에서 크로스 보더 딜 국내 자문 1위인 삼일PwC가 역량을 발휘해 다른 인수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는 발판이 됐다는 것이다.
이번에 인수한 사업부의 2019회계연도(2019년 4월 1일~2020년 3월 31일·지난해 10월 이후 실적은 추정치) 매출액은 1605억원으로, 작년 셀트리온 매출액의 14.22%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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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대상 의약품엔 당뇨병 치료제인 네시나·액토스, 고혈압 치료제인 이달비, 일반 의약품인 감기약 화이투벤, 구내염 치료제 알보칠 등이 포함돼 있다.
셀트리온은 그간 바이오 의약품(생물 공학 기술을 이용해 만든 의약품)을 복제한 항암제,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 등을 주력 제품으로 생산해 판매해 왔다. 케미컬 의약품(화학 합성 의약품·여러 화학 물질을 배합해 만든 의약품) 판매액이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10%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에 다케다제약의 당뇨·고혈압 분야 케미컬 의약품 사업부를 품으며 사업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다케다제약은 지난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주관사로 선정해 회사의 비핵심 사업부 매각을 위한 경쟁 입찰을 진행했다. 다른 경쟁 제약사도 다케다의 케미컬 의약품 사업부 인수에 관심을 보인 가운데 셀트리온이 1년여간의 인수 작업과 협상을 거쳐 최종적으로 매물을 손에 넣은 것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에 인수한 케미컬 의약품은 당분간 다케다제약의 시설에서 제조하고 기술 이전을 거쳐 앞으로 셀트리온제약이 직접 생산하는 구조로 전환할 것”이라며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발돋움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