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강세장 막 내렸다…'팬데믹' 선언에 다우 5.9% 폭락

이준기 기자I 2020.03.12 06:35:15

[뉴욕증시]급여세 면제 등 트럼프 부양책 불확실성 부상
"오늘 밤 발표" 다시 예고…국가비상사태 선포 가능성 제기
WHO, 뒤늦게 ''팬데믹'' 선언…美연준 또 ''유동성 확대'' 나서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가 11일(현지시간) 또다시 폭락했다. 전날(10일) 증시를 끌어올린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 행정부의 ‘급여세(payroll tax) 면제’ 등 재정부양책에 대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커지면서다. 여기에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 선언은 불 난데 부채질한 격이 됐다. 결국, 뉴욕증시는 이날을 기점으로 장장 11년간 이어온 강세장의 막을 내리게 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464.94포인트(5.86%) 주저앉은 2만3553.22에 거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우지수는 약세장에 본격 진입했다. 지난 2월12일 사상 최고치에서 20% 이상 떨어졌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140.85포인트(4.89%)와 392.20포인트(4.7%) 미끄러진 2741.38과 7952.05에 장을 마감했다. S&P 500과 나스닥 지수도 종가 기준으로 약세장 진입을 코앞에 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 예고한 ‘부양책’ 발표를 미룬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백악관에서 진행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급여세 인하 등의 조치를 의회와 협의하기로 했다며, 발표할 내용이 ‘극적 조치’이자 ‘중대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파격적인 대책을 예고한 바 있다. 또 시간제 근로자 및 항공·숙박·크루즈 업계 지원 등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이 되자 관련 발표를 하지 않은 채 미 의회를 찾아 공화당 의원들에게 연말까지 급여세율을 0%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문제는 급여세 면제 효과에 대한 정치권의 의심이 크다는 데 있다. 호텔·항공 등 타격을 입고 있는 분야에만 특정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내부 분위기다. 의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 방안의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월가(街) 금융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정부의 모든 힘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오늘 밤 관련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다시 예고했다. 일각에선 재정 부양책 등을 넘어 ‘국가비상사태’ 선포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이날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공식 발표한 점도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WHO가 공식적으로 팬데믹을 선언한 건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에 이어 이번이 3번 째다. 팬데믹이란 WHO의 전염병 경보단계 6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이지만, 아직 명확한 정의 등은 없는 상태다.

월가(街)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3.95% 급등한 53.90을 기록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흐르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긴급하게 움직였다. 연준의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담당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이날 하루짜리(오버나이트)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 한도를 기존 1500억달러에서 1750억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힌 것이다. 앞서 뉴욕 연은이 지난 9일 증시 폭락이 현실화하자 레포 거래 한도를 기존 1000억달러에서 1500억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힌 지 불과 이틀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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