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달 27일 합의한 ‘판문점 선언문’의 일부입니다. 서해 북방한계선, 즉 NLL(Northern Limit Line)은 그간 북한이 인정하지 않던 개념입니다. 그런데 양국 정상이 나란히 앉아 이같은 표현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을 했다는건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5일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연평도와 백령도를 방문했습니다. 외교·통일·국방·해수부 장관이 동시에 서해 최전방 도서를 방문해 NLL과 관련한 주민 의견을 수렴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NLL평화지대화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은 이달 중 열릴 예정인 남북 군사당국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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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은 1953년 8월 30일 유엔군사령관이 유엔군 측 해·공군의 해상 초계 활동 범위를 한정하기 위해 동·서해에 설정한 것입니다. 동해는 지상의 군사분계선(MDL) 연장선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서해는 서해 5개 도서(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와 북한 지역과의 중간선을 기준으로 한강하구로부터 12개 좌표를 연결해 설정했습니다. NLL은 1953년 설정 이래 현재까지 남북간의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으로 지켜져 왔습니다. NLL 이남 해역은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관할수역으로 대한민국은 수산업법과 배타적경제수역(EEZ)법 등에 따라 NLL 이남 해역에 ‘특정해역’과 ‘특정금지구역’ 등을 설정해 법적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NLL은 북한 입장에서도 자기측 수역을 확보하게 해 준 유익한 경계선이었습니다. NLL 설정 당시 북한 해군력은 괴멸돼 한반도 해역을 유엔군이 장악한 상태였습니다. 정전협정 체결 당시 유엔군은 평양 앞 해역을 넘어 평안북도 신미도 앞바다까지 점령했습니다. NLL은 북한이 NLL 이북 해역에서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1973년까지는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NLL을 준수했습니다. 1959년 11월 30일 발간된 ‘조선중앙연감’은 NLL을 군사분계선으로 표기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수해지원물자와 조난 선박 인수·인계 위치도 NLL 선상으로 제시한바 있습니다. 남북기본합의서(1조)와 불가침부속합의서(10조) 체결시에도 NLL 인정을 전제로 합의서를 채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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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수역·공동어로구역 논의…北, 이번엔 NLL 인정할까
북한이 NLL 재설정에 대한 야욕을 거두지 않는 이유는 정전협정 당시 협정문에 해상군사분계선을 명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유엔군 측은 3해리, 공산군 측은 12해리를 영해로 주장해 해상군사분계선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유엔군사령관은 해상군사분계선 부재에 따른 정전협정의 불안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당시 국제적 기준인 영해 3해리를 적용해 서북 5도와 북한지역 중간에 NLL을 설정한 것입니다.
지난 2007년 정상회담에서도 서해 NLL에서의 무력충돌을 막기 위한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시도했지만 입장차로 결국 무산됐습니다. 우리는 서해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을 NLL을 중심으로 남북이 균등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NLL 이남 해역에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북한의 주장대로 NLL 이남 해역에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할 경우 우리의 관할구역을 북측에 양보함으로써 영토주권이 훼손되고 우리 선박·항공기의 항행이 제한을 받게 돼 서북 5도 뿐만 아니라 수도권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합니다.
5일 서해 도서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한과의 평화수역 및 공동어로구역 설정 협의 과정에서 “NLL은 유지하는 게 전제”라며 “NLL은 남북관계가 완전히 달라지고 평화협정까지 체결하면 모르겠지만, 그 전에는 손대지 않는다”고 강조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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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서해 해상경계선 재설정 주장은 지난 65여년 간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에 기여해 온 NLL을 무력화하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나온 주장입니다. 서해 해상경계선 재설정 문제는 조명균 장관의 말대로 북한이 NLL을 인정·준수하고 기존에 합의된 군사분야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해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신뢰가 구축된 단계에서 검토가 가능한 것입니다.
NLL은 우리 군이 지난 65여년간 피로써 지켜온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입니다. 북한의 NLL 해상 도발이 우리 군의 과도한 대응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서해 NLL 해역에서 발생한 대다수의 교전은 북한이 NLL을 불법 침범한 후 우리 관할 해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함정에 대한 선제기습공격으로 이뤄졌습니다. 자위권 차원의 정당한 대응이었던 것입니다.
특히 연평도 포격 도발도 북한 측은 우리 군이 북한 영해로 사격을 가했기 때문에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연평도 사격 훈련은 1974년 이후 실시해 온 우리 군의 정례적인 훈련으로 NLL 이남 우리 영해와 관할해역에서 실시됐습니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북한이 우리 영토와 영해, 그리고 무고한 민간인에 대해 기습적으로 포사격을 자행한 용납할 수 없는 무력도발 행위입니다.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설정 이전에 ‘화약고’로 변한 서해 NLL에서의 남북간 긴장 완화 조치와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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