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중국 경쟁에서 살아남아 성장의 과실을 먹고 미국에서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깰 것이다. 이를 발판 삼아 20년 뒤 매출 1조원을 올리는 글로벌 10대 진단회사가 되겠다.“
최의열(사진) 바디텍메드(206640) 대표에게 국내외를 오가는 바쁜 하루하루가 일상이 된지는 이미 오래다. 그도 그럴 듯이 병원용 현장진단 검사업체 바디텍메드는 지난 2015년 증시에 상장 후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해외 진출폭을 넓히며 성장을 일궜다. 미국 진단업체를 사들이는가 하면 최근 중국에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잦은 장거리 이동과 미팅이 지칠 법도 하지만 10여년전 회사를 운영할 돈이 없어 인수자를 찾아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회사를 처음 세웠을 때 ‘글로벌 10대 진단회사’가 꿈이었다는 그는 지금 그 목표에 한층 다가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성공 그리며 벤처 설립…매각 위기 겪기도
최 대표가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후연구원(Post Doc)으로 근무하던 때였다. “단백질칩 기술 1세대였던 당시 지도교수가 회사를 세워 2년 정도 운영하더니 대형 회사에 매각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는 그는 “바이오벤처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한국에 돌아와 한림대 교수를 맡던 중 박사 과정을 마친 학생들과 1998년 창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그는 “2000년부터 불기 시작한 벤처 붐이 바이오업계로 옮겨 붙었다”며 “그때만 해도 돈을 들고 찾아와서 투자를 받으라고 종용하던 벤처캐피탈(VC)들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벤처 붐이 꺼지자 위기는 닥쳐왔다. 최 대표는 “설립 때 20억원에 달했던 투자금액은 3년이 지나니 5억원도 채 남지 않았다”며 “마지막에는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했고 자의반 타의반 직원들이 그만두면서 2005년께 회사 매각까지 알아보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통장 잔고가 ‘0원’일 때도 있었다. ‘바이오벤처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다가간 것은 아닐까’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자신감이 줄어드니 매각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일반 고객사가 아닌 동종 업체로부터 도움을 받는 상황도 연출됐다. 그는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개발했던 한 대형 제약회사가 우리 전립선암 키트를 고객 선물용으로 사들이기로 결정해 매출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이번달 월급을 어떻게 하면 주나 고민하던 당시에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던 소식”이라고 술회했다.
◇중국 매출 계기로 반전…수출업체로 우뚝
몇 년 동안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지만 이때가 국가 지원 등을 통해 연구개발(R&D)을 지속해나가면서 기반을 형성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보릿고개’를 넘어 일이 풀리게 된 때는 중국 사업 파트너를 만났던 2007년 들어서다. 최 대표는 “2005년 독일에서 만났던 중국 바이어 중 한팀을 선정하고 2007년부터 전립선암 키트를 팔았는데 첫해 100만달러, 이듬해 25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전했다.
주력제품인 ‘아이크로마’ 자체의 경쟁력도 있었지만 사업 파트너와의 궁합도 좋았다는 평가다. 그는 “한국 제품이 아무리 우수해도 인허가가 지연되거나 현지 파트너의 대리점 장악력이 기대에 못 미치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제조업 기반의 다른 바이어들과 달리 유통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능력도 우수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을 발판으로 다른 나라에서 병원용 진단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현지 진단업체인 아크레이와의 인연도 도움이 됐다. 그는 “혈당계 회사인 아크레이가 사업 다각화를 위해 면역진단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문의가 와 협의하던 중 800억달러 규모의 투자도 받았다”며 “독감이나 플루 바이러스 등 호흡기 관련 질환 관련 제품을 공동 개발하게 됐다”고 전했다.
해외를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2012년에는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했고 이후 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 38%, 영업이익 성장률 71%의 고성장을 거듭했다. 제품 또한 소형 진단 플랫폼에서 면역·감염진단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R&D·M&A 주력…신제품으로 신시장 조준
2015년 9월 스팩과 합병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후에는 R&D와 M&A에 공을 들이며 성장을 거듭했다. 상장 첫해인 2015년 R&D 투자액을 약 55억원으로 확대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 제품이 증가하고 초고감도 면역진단 플랫폼의 일본 판권 계약 체결, 브라질 진단 플랫폼 인허가 획득 등 해외 진출 역량도 강화했다.
최 대표는 “5년 개발을 거쳐 지난해 출시한 자동화장비인 아피아스는 첫해 95개국에서 판매됐다”며 “미국에서는 갑상선 검사를 위한 FDA 승인이 이르면 올해 여름에 가능하고 중국에서도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리아스는 연말 5개의 호흡기 질환 검사 라인업을 모두 갖춰 전세계 2조 규모인 독감 진단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에는 대변잠혈검사(FOB), 임신진단검사(hCG), 감염성질환 진단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미국 이뮤노스틱스를 인수했다. 최 대표는 “2년전 처음 제안이 왔을 때만 해도 매각가격이 너무 높았지만 이듬해 다시 연락이 왔을 때 가격이 크게 낮아져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며 “실제 매출이 발생하고 있어 손해는 보지 않겠고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하던 미국의 유통구조까지 파악이 가능해져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뮤노스틱스를 바탕으로 ‘메이드 인 USA’ 제품을 생산해 북미 시장을 뚫겠다는 게 현재 전략이다. 그는 “현재 공장을 확대해서 짓고 있으며 빈혈 테스트, 자동화장비를 통한 대장암 검사, 갑사선 검사 등 5개 제품의 인허가도 진행 중”이라며 “내년에는 온전한 매출·이익 반영을 통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주가치 힘쓰는 글로벌 10대기업 목표
상장사 대표로 1년을 넘게 지내며 바쁘게 사업을 벌여왔지만 그는 아직도 “경험을 쌓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장 후 대외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인재 채용이나 M&A가 원활해졌고 중국에서도 상장사에 대한 프리미엄을 느끼고 있다”며 “상장사가 된 후 글로벌 10대 진단회사라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판단했다.
특히 상장 후 자금 동원이 수월해지면서 M&A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성장 전략을 검토 중이다. 이뮤노스틱스 뿐 아니라 해외 상장사 등 규모가 있는 업체 인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 대표는 “일본에는 글로벌 10대 진단회사가 2개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한곳 정도는 나와야 할 시점”이라며 “적자회사라 하더라도 한국 본사와 R&D 시너지와 저렴한 가격 등을 고려하면 얼마든지 성공적인 M&A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주가치에 대한 인식도 바뀌는 중이다. 그는 “처음에는 회사가 열심히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상장사는 시장과의 소통 또한 중요함을 알게 됐다”며 “주주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청취하고 배당 등을 실시하면서 상장사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배워가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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