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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자식 길들이기…올 때마다 용돈, 신탁 방식 증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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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소현 기자I 2016.10.13 06:30:00

"미리 증여해 이빨빠진 호랑이 되기 싫다"
신탁·보험 활용해 증여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직접 관리
부동산도 지분 쪼개 일정부분은 자신이 보유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서울 강북의 교통 요지에 3층짜리 상가건물 한 채를 소유하고 있는 양모(68)씨는 최근 해당 건물을 외아들에게 증여했지만 건물 지분 5%는 자신의 몫으로 남겨뒀다. 절세를

위해 60대 후반에 물려줘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혹시 명의이전을 마치면 아들이 자신에게 소홀해질 수 있고 건물을 제멋대로 팔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자신의 동의 없이는 건물 매매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마지막 보루를 남겨둔 것이다.

자수성가해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최 모(66)씨는 직장인 아들 둘에게는 상속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는다. 여유자금이 있지만 결혼 때에도 전세자금 일부만 보태줬을 뿐이다. 대신 집에 찾아올 때마다 용돈을 후하게 주는 편이다. 손주에게는 50만원, 아들 부부에게는 100만원씩 준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종종 찾아와 깍듯이 대하는 아들 내외와 손주를 보면 용돈 때문인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부자들의 자식 부자만들기 풍속도도 달라지고 있다. 주로 절세 등을 통한 부의 대물림은 여전하지만 최근에는 끝까지 재산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신탁이나 현금 분할증여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재산을 물려준 이후 부모에게 소홀히 하거나 흥청망청 쓸까 걱정스러운데다 지금은 100세 시대인만큼 기대수명도 길어졌기 때문이다.

12일 은행 PB들에 따르면 자산가들이 최근 부의 대물림을 위해 대표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신탁상품이다. 안심상속신탁이나 스마트신탁, 주니어신탁 등을 활용하면 형식상 증여한 것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절세가 가능하면서도 계약서에 명기한 시점까지는 본인이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만일 마음이 바뀌면 계약자를 변경해 수정신고하면 된다.

보험을 활용하기도 한다. 계약자와 수익자는 본인으로 지정하고 피보험자를 자녀로 들어 사후에 보험수익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자녀에게 부여하는 방법으로 부를 이전하는 것이다.

부동산을 증여할 때에는 지분 나누기 방법도 많이 활용한다. 지분을 1%만 갖고 있어도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할 때 동의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가 가능하다.

현금 분할증여에 나서는 부자들도 있다. 올 때마다 거액의 용돈을 준다거나 금전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증여세를 물어가며 집을 사주거나 부동산 명의를 이전해주면 고마운 줄 모르는데, 올 때마다 용돈을 챙겨주면 고마워하고 자주 찾아오니 현금을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현금증여는 사실 불법 증여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여세법에 따르면 성년이 된 자녀에 대해 10년간 증여액이 5000만원을 넘으면 10~50%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국세청이 일일이 적발해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신기영 한국투자증권 양재지점장은 “고액자산가들은 대부분 연배가 있지만 요즘 고령화 추세로 10년, 20년 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10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절반 이상 증여해도 남은 인생에 크게 영향을 안 받는 만큼 기회 있을때마다 부를 이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의 대물림에 있어 절세는 여전히 중요한 방식이다. 절세를 위해서는 자산을 가급적 빨리 물려주는 것이 낫기 때문에 자녀가 어려도 미리 증여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국세청이 최근 국회 재정위원회 박광온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증여를 받은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는 2만6227명으로 금액은 총 3조463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증여재산 163조1110억원의 1.87% 수준이다.

한승우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1억원을 불려서 2억원을 만들어주는 것보다 1억원을 주고 자녀 명의로 정당하게 불려 나가는 것이 절세 면에서 더 낫기 때문에 사전증여에 나서는 자산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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