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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전매제한 풀리니…분양권 웃돈 '억'소리

김성훈 기자I 2016.06.10 05:30:00

청약열기 이어지자 전매제한 끝난 단지 웃돈↑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 전용 84㎡ 웃돈 1.5억
시세차익 노린 투자수요에 '폭탄 돌리기' 우려
"양도세 부담 있어 매수 시기 신중해야"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 제한이 잇달아 풀리면서 대부분 수천만 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오는 2018년 12월 입주 예정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 헬리오시티’ 아파트(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단지)공사 현장. 이 아파트는 이달 1일부터 분양권 전매 제한에서 해제됐다.
[글·사진=이데일리 김성훈 원다연 기자] 서울지하철 8호선 송파역 3번 출구를 나오자 집채만한 덤프트럭이 달궈진 아스팔트에 연거푸 물을 뿌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공사장 담벼락 너머로 15개가 넘는 대형 크레인이 분주히 움직였다. 잠시 후 근로자들이 뛰어나와 거리에 있는 행인을 막아서자 10여 대의 레미콘 트럭 행렬이 가락시장 사거리를 빠져나갔다. 여의도공원(22만 9539㎡)의 1.8배 면적에 총 9510가구(전용면적 39~130㎡)가 들어서는 ‘송파 헬리오시티’ 아파트(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단지)는 뜨거워진 날씨에도 공사에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걸어서 5분 정도 떨어진 공인중개사 사무소에는 아파트 분양권을 사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석촌동 R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달 1일부터 전매 제한이 풀리면서 일주일 새 분양권에 2000만원이 더 올라 주택형별로 평균 5000만원 가량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며 “전용 59㎡형 로얄층은 6000만원, 임대까지 노릴 수 있는 전용 39㎡형은 최고 7000만원까지 웃돈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달 안에 최소 2000만원은 더 오를 게 뻔하니 매매를 서둘러야 한다”며 계약을 권유했다.

지난해 말 수십 대 일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친 서울시내 주요 아파트 단지들의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리면서 웃돈이 거침없이 붙고 있다. 올해 들어 분양시장의 열기가 예상을 뛰어넘자 기존에 이미 공급한 아파트 분양권을 잡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일부 단지에선 최고 1억 5000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 서울시내 전매제한이 풀린 주요 단지와 웃돈(프리미엄) [자료=각사·공인중개업소]
◇청약 열기에 전매 제한 해제 단지 웃돈 ‘쑥’

삼성물산이 서울 개포지구에서 선보여 지난 8일 1순위 청약을 받은 ‘래미안 루체하임’(일원현대아파트 재건축 단지)은 평균 45대 1의 경쟁률로 올해 서울에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래미안 루체하임 1순위 청약접수 결과 263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1만 1827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 59㎡A형으로 73가구 분양에 5974명이 신청해 81.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2일 동작구 흑석동에 분양한 ‘흑석뉴타운 롯데캐슬 에듀포레’ 아파트가 평균 38.4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지 일주일 만에 신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분양시장의 열기가 예상을 웃돌자 최근 전매 제한에서 해제된 단지들의 몸값도 고삐가 풀린 모습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서울에서 평균 경쟁률 10 대 1을 웃돈 단지 가운데 전매 제한이 풀린 아파트는 총 8곳이다. 이들 단지에 적게는 2000만원에서 최고 1억 5000만원 규모의 웃돈이 붙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우성2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평균 56.28대 1을 기록한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전용 84~134㎡ 593가구)가 대표적이다. 서초동 W공인 관계자는 “이 이파트 전용 84㎡형은 웃돈이 평균 1억 5000만원 가량 붙어 거래되고 있다”며 “지금 분위기로 봐선 웃돈이 2억원 가까이 치솟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진흥빌라를 재건축한 ‘청담 린든그로브’ 아파트 전용 84㎡형도 평균 5000만원 안팎의 웃돈이 형성돼 있다. 단지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104동 전용 84㎡형 로얄층 분양권에는 웃돈이 1억 6000만원 가량 붙었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최근 개포·반포지역 재건축 분양가가 뛰면서 주변 단지 분양권 웃돈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 삼성물산이 서울 서초 우성2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전용 84~134㎡ 593가구)아파트 전용 84㎡형은 웃돈이 평균 1억 5000만원가량 붙어 거래되고 있다.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 공사현장.
◇“폭탄 돌리기 재현될 수도…신중한 접근 필요”

그러나 시세 차익을 겨냥한 투자 수요가 분양시장에 합류하면서 ‘폭탄 돌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분양권 웃돈이 과도하게 붙은 상황에서 주택시장이 침체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실입주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집을 팔아 수익을 낸 사람이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도 매수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추가 지출까지 감수해야 한다. 송파구 A공인 관계자는 “양도세와 계약금(10%), 이미 낸 중도금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매수자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 분양권 거래에 단기 차익을 노린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 등 투기 수요가 뛰어들면서 아파트 분양권에 웃돈이 과도하게 붙고 있다”며 “분양권에 웃돈이 빠지면 그 피해는 마지막 실입주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의 노림수에 무턱대고 분양권을 사면 자칫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매매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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