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한 실험도 있다. 심리학자 므카엘 시먼즈가 남학생 19명을 데리고 밥을 먹였다 굶겼다 하며 ‘포만감과 리스크 수용도’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실험을 했다. 결과는 이랬다. 포만감을 늦게 느끼는, 흔히 뚱뚱하다고 분류되는 사람은 식사 직전에 리스크 수용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포만감을 빨리 느끼는, 흔히 마른 체형이라고 분류된 사람은 식사 전의 리스크 수용도가 높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같은 결과를 기업 내 의사결정으로 옮겨올 수 있다는 거다. 리스크 부담이 큰 결재를 받아야 할 때 상사가 뚱뚱한 체형의 대식가라면 식사 후에 결재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평소에 많이 먹지 않는 마른 체형의 상사라면 식사 직전이 낫다. 좀 더 영역을 키우면 이런 추론까지 간다. 개인이 주식을 사고파는 따위의 의사결정을 할 때도 자신의 몸 상태와 공복감에 주의를 기울이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어쨌든 결론은 이렇다. 아무리 ‘난 대단히 이성적’이라고 우겨봤자 신체적인 한계가 작용하는 객관적인 의사결정에 지배받게 돼 있단 얘기다. 그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그러니 직장상사가 한결같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거라고 혹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가장 객관적인 의사결정으로 굴러갈 거라고 믿고 싶은 곳이 직장이겠지만 절대로 그렇지 못한 곳 또한 그 직장이다.
비단 상사의 결재뿐이겠는가. 거칠게 몇가지만 뽑아보자. 외향적인 사람이 영업을 잘한다, 정리정돈이 생산성이다, 시선일치가 곧 의견일치다, 딴짓은 업무에 방해가 된다, 척 보기만 해도 인재를 알아볼 수 있다, 목표가 높을수록 성과가 높다 등등.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전부는 모두 ‘착각’이다.
경영컨설턴트인 저자가 조직생활에 ‘널려 있는’ 착각을 모았다. 대개 착각은 리더와 직원, 상사와 부하 등 조직구조에 얽혀 있는 다양한 관계에서 비롯된다. 성과와 실패, 보상과 책임에 묶이고 그 사이에서 자주 길을 잃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왜 해결을 못하나. 조직 각 층위에 스민 심리를 보지 못해서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저자의 해결도구는 심리다. 방점은 잘못된 판단을 불러일으키는 요인, 이를 통제할 방안에 찍었다. 도덕성과 생산성의 관계, 보상과 평가의 역학 분석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연봉은 무조건 비밀주의?
280명의 대학생을 모아 실험을 했다. 컴퓨터게임을 하는 대가로 시간당 5.7달러의 기본급을 주고 점수에 따라선 보너스를 줬다. 절반에게는 구성원의 보너스 정보를 모두 알려준 반면 나머지 절반에게는 자신의 것만 귀띔하고 다른 이들에겐 비밀에 붙이라고 일렀다. 그러곤 다시 컴퓨터게임. 절대평가 방식에선 비밀주의 조건일수록 성과와 보상 간의 인식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반면 상대평가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투명주의를 적용할수록 성과와 보상 간의 관계가 뚜렷해졌다. 다시 말해 성과창출의 동기를 구성원 스스로가 부여하더란 거다.
대부분 기업은 연봉에 한해선 비밀주의다. 블랙박스다. 직원의 업무의욕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고 또 다른 이유는 조직 내 위화감 조성을 막겠다는 거다. 하지만 코넬대의 엘레나 벨로골로프스키가 텔아비브대의 피터 밤베르거와 행한 앞의 실험은 기업이 원하는 비밀의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꼬집는다. 연봉 비밀주의에 대한 속단 만큼은 금물이란 것이다.
▲돈을 많이 줄수록 더 열심히 일한다?
돈을 많이 받는 직원일수록 업무가 즐겁고 행복할까. 저자는 이 역시 우리의 예측과 전혀 다른 내용을 감추고 있다고 했다. 플로리다대 티모시 저지 교수진이 1887년부터 2007년까지 120년을 거슬러 82개의 연구를 기초로 메타분석을 해봤더니 보상과 직무만족도 사이의 상관계수는 0.14밖에 되지 않더란 거다. 그러니 직원의 만족도가 보상과 관련 있다고 믿는, 그래서 그들의 사기를 올리려면 돈을 더 주면 된다는 통념 따위는 빨리 깨버리는 게 좋다는 거다.
대신 저자가 강조한 것은 직원 스스로가 느끼는 내재적 동기. 돈과 같은 외재적 수단은 수명이 짧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내재적 동기를 갉아먹는 역효과까지 낸다고 했다. 여기에다가 명확한 목표와 상사에 대한 신뢰를 보탰다. 직원만족도를 높이는 절대요소일 수 있단다.
▲성패는 조직심리 간파에 있어
‘피터의 법칙’이란 게 있다. 캐나다 심리학자 로런스 피터에서 따왔다. “조직의 위계구조에서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무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까지 승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풀어보자면 구성원이 누구든 능력이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그러니 결과가 어떠하겠나. 조직전체의 역량은 서서히 떨어진다. 게다가 무능은 공격성과 상관관계까지 있어 직원의 동기저하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가 우려한 건 기업경영이 경영자의 예술로 ‘자주’ 미화되는 일이다. 경영자의 고집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원칙이 아니며, 되레 이로 인해 인간의 심리, 조직의 심리가 가려져 성과창출의 방정식이 꼬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방법은 하나. 인간과 조직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거다. 그제야 기계적인 잣대로 들이대는 폐해를 줄이고 착각을 날릴 수 있다고 했다. 성과는 직원이 아닌 시스템으로부터 나온단다. 시스템이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다. 리더와 직원, 직원과 직원, 부서와 부서 사이의 심리라고 했다. 결국 심리가 성과란 얘기다. 내친김에 착각 하나만 더 뽑아내자. 심리는 그저 게임이다? 아니다. 심리는 이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