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는 가칭 ‘과학기술 기반 기업’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맡기면 의결권을 ‘최대 100% 유지’해 주는 내용의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유관부처에 입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 과총은 이를 위해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오는 10월쯤 발표할 예정이다.
이 특별법은 과기 기업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신탁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인정해주는 대신 이를 통해 민간 기부가 활성화하면 그 재원(주식 배당금)을 과기기금의 새 재원으로 충당하자는 것이다. 과기기금은 과학관 및 과학영재 교육기관 운영, 여성과기인 지원, 퇴직과학기술자 활용 등 다양한 과학기술 활성화 사업의 핵심 재원이다.
앞서 과총은 지난주 말 최양희 미래부 장관과 정책 간담회를 가지며 이러한 의견을 일부 전달한 바 있다. 과총이 기금 설립 22년만에 처음으로 민간재원 유치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과기기금이 눈에 띠게 줄고있기 때문이다.
기금의 재원은 현재 복권수익금과 정부 출연금, 운영 수익금(출자·융자·예금 등) 등으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이 기금으로 수백~수천억원 규모의 일반회계(예산)용 국고사업들을 연이어 집행하는 데다 국채 발생에 따른 이자상환액도 매년 320억원씩 달해 지출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 2007년 총 8672억원에 달했던 기금 규모는 지난해 현재 1319억원으로 줄었다. 과학기술 사업비 지출도 지난 2006년 512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갈수록 급감해 올해는 817억원에 그쳤다. 과기계는 지금처럼 수입 재원은 한정되고 지출은 느는 구조로는 기금이 5년 뒤 바닥날 것으로 예상한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매년 1000억원 가량의 민간재원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과총 측은 보고 있다.
소관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기부 활성화 취지에 동의하지만 이 인센티브 방안에는 신중한 입장이어서 실제 실현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미래부는 뾰족한 대안이 없기는 하지만 이 제안을 마냥 반기지는 못하고 있다. 주식을 공익법인에 신탁하면 일정 비율(5%)까지는 세금이 면제되는 데 여기에 의결권까지 보장해주면 사실상 세금없이 상속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과기기금 확충을 위한 새로운 발상이지만, 악덕 기업주가 악용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래부의 다른 관계자는 “기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과총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의결권 유지는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것이지 상속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기업들에게 과기기금의 마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에서는 항구적 기부형태인 주식기부가 보편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결권 보장만으로 기업의 선의를 이끌어내기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현행 공익신탁법에는 신탁주식의 의결권 인정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소관부처인 법무무 관계자는 “현재 공익신탁제도가 거의 활용이 안 되고 있어 개정을 통해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세금없는 부의 상속을 위해 의결권 인정을 악용하는 사례는 막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