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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 8일 강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에 대해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매우 중대한데다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15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 전 회장은 STX중공업을 동원해 STX건설과 STX대련 등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고, 개인 횡령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의 비자금을 추적해서 정치권 로비에 사용되었는지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STX가 정관계에 적잖은 로비 자금을 건넸을 것이란 의혹이다.
대한민국에서 샐러리맨 신화는 불가능한 것일까. 무리한 M&A와 확장의 후유증으로 무릎 꿇은 강 전 회장의 결말은 주변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 맨주먹으로 시작해 대기업 총수자리까지 오르는 창업가 CEO의 성공신화를 갈수록 보기 어려워지는 탓이다.
강 전 회장은 1973년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해 특유의 성실함과 재능으로 쌍용중공업의 재무책임자(CFO)로 성장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28년 만인 2001년 자신이 몸담았던 쌍용중공업을 인수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외국 자본에 넘어갔던 쌍용중공업이 다시 매물로 나오자 사재 20억 원과 함께 투자를 받아 경영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를 모태로 잇따른 M&A로 몸집을 불리며 급성장해 나갔다. 범양상선(현 팬오션),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사들인 STX그룹은 10년 만에 재계 서열 13위까지 성장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그룹 설립 첫해인 2001년 5000억 원을 밑돌던 매출은 2012년 18조 8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과 조선업 경기가 곤두박질하면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호황기 M&A를 위해 끌어들인 막대한 차입금 탓에 부채비율은 높아졌고, 이자를 갚기 위해 더 높은 이자로 대출받는 ‘돌려막기’를 되풀이했다. 업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 속에 구조조정 시기를 놓친 게 더 큰 화를 불렀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조선과 해운으로 그룹을 수직계열화한 것은 유동성 위기를 더 부채질했다.
그의 퇴진과 함께 STX그룹은 빠르게 해체절차를 밟았다. 모든 자리를 내려놓고 열정으로 불탔던 초심으로 돌아갔지만,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 회장은 마지막까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그의 퇴진을 요구할 때 “회사를 살리는 길이라면 무엇이든 못하겠느냐”며 순순히 물러났다. 은행과 여러 금융기관을 찾아다니며 자금지원을 읍소했고, 시가 100억 원 상당의 서초동 아파트도 내놨다. 심지어 변호사 비용도 없어 검찰 조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죽을 각오로 맞서면 반드시 살 것)’의 교훈이 쌓이고 있는 재계 구조조정사에서 안타깝게도 ‘강덕수 신화’는 생즉사의 전례로 기록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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