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지난 16세기에 지동설(地動說)을 주창해 박해받았던 폴란드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1473~1543)의 유해가 지난 22일 폴란드 동북부의 프롬보르크 대성당에서 ‘영웅’으로 복권돼 재매장됐다. 천문학자이며 수학자였던 코페르니쿠스는 하급사제 겸 재산관리인으로 봉직했던 이 대성당의 지하묘지에 아무런 표시없이 묻혔다가 무려 467년 만에 로마 교황청 대사가 집전한 재매장 미사를 통해 다시 살아났다. 그를 위해 새로 세워진 흑색 화강암 묘비에는 황금빛의 태양과 이를 둘러싼 6개의 혹성을 묘사한 태양계 모델이 새겨져 있어 그가 ‘태양중심설’을 주창했던 인물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날 의식의 일환으로 의장대는 그의 유해를 담은 목관을 대성당 안에서 위엄을 갖춰 운반했고, 폴란드의 최고위 사제들은 성수를 뿌리며 복권을 축복했다. 코페르니쿠스의 관은 그가 생존시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프롬보르크의 여러 곳으로 운구됐다. 이어 그의 목관은 2005년에 유골이 발견됐던 동일한 장소에 다시 묻혔다. 행사는 코페르니쿠스가 사망한 1543년 5월21일의 467주년에서 하루 지난 날 거행됐다. 재매장 의식에서 루블린 요제프 지친스키 대주교는 “과거 교회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과도하게 비난한 일이 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AP통신 등은 로마가톨릭 교회가 코페르니쿠스의 재매장 의식을 주관한 것에 대해 “그를 박해했던 교회가 자연과학과 화해를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행사는 18년전 바티칸이 종교재판을 통해 박해한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복권시킨 조치와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코페르니쿠스의 유골 탐색은 2004년 프롬보르크시 성직자들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법의학자들은 그의 자화상을 보고 부러진 코 등 신체적 특징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 뒤 사망시 70세였던 그의 두개골과 뼈를 찾아냈다. 치아와 뼈에서 추출한 DNA를 그의 책에 남아있던 머리카락의 DNA와 맞춰본 다음 마침내 코페르니쿠스의 유골을 확인했다.
코페르니쿠스는 생존시 연인을 두어 독신서약을 깬 데다, 종교개혁을 외치는 루터를 추종했으며, 상급 사제와 빈번한 마찰까지 일으켜 교회의 골칫거리였다. 그의 유해는 다른 하급사제들과 마찬가지로 묘비도 없이 매장됐으나 전문가들은 DNA검사 등 첨단과학을 동원해 신원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