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기자] 한달여만에 다시 본 1300원대 환율이다. 언제 1600원까지 넘봤냐는 듯 환율은 최근 눈에 띄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러면서 3월 위기설은 쏙 들어갔다.
`헬리콥터 벤` 덕분에 글로벌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우리 원화도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사실 연준의 국채 매입이 금융시장 안정에 어느정도 기여할지, 또 경기회복 시기를 얼마다 당겨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도움은 되겠지만 얼마나 환호해야 할 일인지는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의 효과는 고민할 필요 없이 너무도 확실하다. 발권력을 동원해 새로운 달러를 공급해주는 만큼 달러는 넘쳐나게 될 것이고 그만큼 달러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간밤 뉴욕 시장 동향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연준 국채매입을 재료 삼아 랠리를 보였던 뉴욕 증시는 급등 피로감에 하루 쉬어가는 모습이었던 반면 글로벌 달러는 여전히 약세를 이어간 것.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1유로당 1.3737달러까지 밀리며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거래됐고, 엔화에 대해서도 장중 한때 93.53엔까지 밀려 엔화와 비교한 달러의 가치도 2월말 이후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의 위상이 조금씩 추락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이같은 면에서 최근 노르웨이 크로네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게 사실이다. 전일 크로네는 달러화에 대해 4% 평가절상 되면서 작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신 안전자산 자리를 넘보는 분위기다. 앞으로도 글로벌 달러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최근 급등 일변도였던 분위기는 확실히 바뀌었다.
그러나 1300원대는 추가하락에 따른 불안감보다 이제는 사도 되는 매력적인 수준이라는 인식이 더 강한 듯하다. 개장초 급락세를 조금씩 회복해갔던 어제 장중 흐름을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아직은 환율 하락세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모습인 것이다.
너무 급하게 내려온 만큼 반작용도 예상된다. 각종 지표들은 `최악의 상황을 넘겼다` 정도를 확인시켜줄 뿐 아직 펀더멘털상 희망을 가져보기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간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60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 나온 경제지표들도 여전히 한파임을 알려준다. 1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건수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에 달했다는 뉴스나 2월 경기선행지수 악화, 여전히 마이너스인 3월 제조업지수 등이 그렇다.
이 가운데 북한쪽에서는 자꾸 잡음이 들린다.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준비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소식과 미국 여기자 2명을 억류했다는 뉴스가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1300원까지 밀려 내려온 상황이지만 여전히 방향성을 두고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