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스포츠시티내 아쿠아틱 수영장에서 열린 도하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400M 자유형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박태환이 시상식에서 활짝 웃고 있다. | |
레이스 중반까진 장린(중국·3분49초03) 등과 선두 경쟁을 펼쳤으나 300m부터 스피드를 올리며 여유 있게 1위로 들어왔다. 박태환은 자신이 보유한 아시아기록(3분45초72)을 깨지는 못했지만 “첫 출전하는 아시안게임이라 기록보다는 메달을 따는데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2관왕에 오른 이날 일본 선수단은 물론 기자들도 박태환을 보기 위해 경기장에 몰려 들었다. 일본의 수영스타 기타지마 고스케(24)의 스승 하라이 일본 대표팀 감독은 도하에 온 자국 기자들에게 “이제부터 박태환을 연구해야겠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수영 강국의 지도자가 수준이 한 단계 아래로 여겼던 한국의 17세 소년 박태환(경기고)을 연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이 박태환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일본 수영이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자유형에서 세계 정복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본은 평영, 배영에서 올림픽, 세계선수권을 여러 차례 제패했다. 이번 대회 남자 평영 100m에서 금메달을 딴 기타지마는 2004 아테네올림픽 2관왕이다.
하지만 자유형은 다르다. 마이니치신문 사와다 기자는 “일본에는 체격 조건에서 밀리는 아시아 선수들이 자유형에서 미국·유럽 선수를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이 많다”고 전했다. 세계 정상권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은 하겠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는 패배 의식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유형에서는 키 1m85가 넘는 선수들이 득세를 해왔기 때문에 일본의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1m81의 박태환이 지난 8월 팬퍼시픽수영대회에서 400m, 1500m 2관왕을 차지했다. 일본이 “대단한 선수가 나타났다”고 흥분하며 ‘자유형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라이 감독은 “박태환의 잠영(처음 다이빙한 뒤 물에서 나올 때까지 동작) 자세를 보면 평영과 비슷하다. 잘 연구해서 기술을 도입하면 구미 선수들에게 대항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 남자 수영의 노민상 감독은 키는 1m80만 조금 넘으면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지구력, 그리고 레이스 중간과 마지막에 스퍼트할 수 있는 힘이라고 했다. 일본 수영계의 박태환 연구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