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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예정단지 옆에 집 샀더니 돈 되더라

조선일보 기자I 2006.09.19 08:41:40

<3> 재건축 아파트 ‘곁불 쬐기’
눈높이 낮춰 저평가된 강남 ‘나홀로’ 단지 선택
재건축 공사 시작후 집값 뛰면 팔아 ‘종자돈’ 이번엔 5억짜리 집 구입

[조선일보 제공]대기업 L사(社)에 다니는 임현우 대리(34)는 지난 6월, 34세 나이에 강남 30평대 아파트 입성에 성공했다.

전략은 ‘재건축에 묻어가기’. 재건축 예정지 인근의 싼 아파트를 사 뒀다가 나중에 재건축 아파트가 뛰고 주변 시세가 덩달아 급등할 때 집을 파는 방식이다. 재건축 아파트를 직접 공략하기엔 목돈이 부족한 샐러리맨이 구사할 수 있는 ‘곁불 쬐기’ 작전이다.


▲ 재건축‘곁불 쬐기’전략으로 강남 30평대 아파트 입성에 성공한 임현우씨.
◆강남에서 전세로 시작

2000년 12월, 임 대리는 신혼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해청아파트에서 전세로 시작했다. 2년 후 재건축에 들어갈 아파트였다. 재건축의 영향이 얼마나 센지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아파트가 재건축 공사에 들어가고 이주 시점이 되자 가격이 요동을 쳤다. 3억4000만원짜리가 한 달 만에 9억원으로 2배 이상 점프한 것. 이를 목격한 임 대리는 재건축으로 승부를 보기로 결심한다.

문제는 종자돈이었다. 그가 가진 돈으로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재건축 예정지를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건축 아파트가 아니라 재건축 인근 아파트로 눈높이를 낮췄다. 하지만 무대는 강남을 고집했다.

일단 저평가된 매물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자금 형편상 버젓한 물건을 살 수 없는 처지여서 선구안(選球眼)이 필요했다. 모두가 대단지를 선호할 때 ‘나홀로’ 단지를 둘러봤고, 모두가 지하철 인근을 찾을 때 교통편의를 포기했다. 오로지 ‘인근에 재건축 예정 아파트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만 찾았다.

◆6개월 발품 판 뒤 과감히 결정

6개월 동안 발품을 판 결과 2003년 4월, 결국 강남구 삼성동의 24평짜리 아파트를 2억8000만원에 샀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재건축 예정 아파트(현재 삼성 ‘래미안’)가 우뚝 서 있었다. 그는 “당시 강남에서 가장 싼 20평대 아파트였다”고 했다. 대출은 40% 안쪽으로 받았다.

이사한 지 7개월쯤 지나자, 담 옆의 아파트가 재건축 공사에 들어갔다. 그는 “뚝딱뚝딱 시끄러운 공사 소리를 들으며 긴장된 나날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렇게 2년이 흐른 2005년 겨울, 드디어 담 옆 아파트 재건축이 완료되고 입주가 시작됐다.

꿈틀거리며 반응을 보이던 임 대리의 아파트 가격이 두 달이 지나자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2억8000만원짜리가 3억8000만원, 3억9000만원, 4억까지….

2006년 4월, 그는 과감하게 카드를 던졌다. 4억원에 낙찰. 욕심을 더 부리다가 큰코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었고, 양도세 비과세 요건(3년 보유)을 충족시키는 최고의 타이밍이었다. 3년 만에 1억2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올해 6월, 임 대리는 5억5000만원에 강남구 삼성동 한솔아파트(35평) 입성에 성공했다. 물론 길 건너 10m 거리에 재건축 예정지가 버티고 있다. 여기가 종착역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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