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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연초에 샀으면 돈 벌었을 텐데..."

오마이뉴스 기자I 2005.06.12 17:58:40

호가 치솟는 서울 송파구 부동산 시장 풍경...전세 거래마저 뚝 끊겨

[오마이뉴스 제공] 정부가 강남과 판교 주변 집값 급등에 당황해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경실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 강남·서초·송파·강동 지역의 아파트 총액이 23조4000억원 급등했다. 10일 오후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성내역. 그곳은 부동산 중개업소 천국이다. 강남 재건축 시장을 주도한 잠실 시영아파트가 성내역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장미, 잠실 주공 등 호가가 치솟고 있는 아파트들이 주변에 즐비하다. 2008년 8월 6864세대(일반분양 864세대 포함)가 입주 예정인 잠실 시영아파트 재건축 분양가는 평당 1800만원. 13평, 17평, 20평 규모의 잠실 시영 아파트는 26평~52평 아파트로 변신한다. 그러나 실제 거래되는 아파트 가격은 평당 2000만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26평(13평) 매매 5억1000만원~5억5000만원 32.33평(13평) 매매 5억1000만원~6억2000만원(부담금 1억~1억600만원) 45평(17평) 매매 8억7000만원~9억5000만원(부담금 2~3억원) 52평(20평) 매매 11억원~12억원(부담금 3~4억원) 이 지역 ㅂ부동산 유아무개 공인중개사는 "팔겠다는 사람들이 고가(高價)로 집을 내놓다 보니 매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팔겠다고 집을 내놓았던 사람들도 거두어 들이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내놓는 대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노골적으로 불신을 표시했다. "글쎄, 모르겠다. 나올 건 다 나온 것 아닌가. 신뢰를 잃었는데... 아마 시장이 정부 대책을 믿지 않을거다." 취재 당일(10일) "이 아파트 집 값은 연초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고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전했다. 잠실 시영 아파트 재건축 현장 길 건너편에 위치한 한 아파트. 이 아파트 상가 1층에는 모두 17개의 부동산 중개업소가 있다. 재건축 아파트 안에 있는 부동산이 밖으로 나온 이유도 있지만, 수요가 그 만큼 많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ㅍ부동산 홍 아무개 공인중개사. 그는 건교부 서종대 주택국장의 "부동산 중개업자 과잉론"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부동산 중개업소가 많아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 97년까지 2년에 한 차례씩 (공인중개사를) 뽑았다. 그런데 IMF 이후 실업자 구제책으로 매년 공인중개사를 뽑고 있다. 거기다 올해 갑자기 시험이 어려워져서, 데모를 하니까 응시자에 15%를 뽑겠다고 했다. 정부 스스로 부동산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그런데 누구 탓을 하나?" 이 지역 33평 아파트는 1월까지만 해도 5억 2000만원~6억원 사이에 거래되던 것이 지금은 7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놀라고 있다는 게 홍씨의 설명이다. 기자가 ㅍ부동산에 40여분 머무는 동안 2명의 손님이 이 곳을 찾았다. 초등학생용 가방 2개를 들고 나타난 60대의 여자 손님. 그는 "시영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근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는데, 아이들 학교가 너무 멀어 가까운 곳에 전세를 얻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40, 50평대 전세 있나?" "없는데, 잠깐 기다려 봐라." 홍씨가 인근 부동산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렸지만, 돌아오는 답은 동일했다. "전세 물량은 없다." "여기도 없네. 정말 세상이 미쳐 돌아가나. 왜 이런가. 답답하다. 올해 초만 해도 집들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안 움직여요. 집 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기대심리가 있어서. 거기다 양도세는 높고." 곧이서 30대 중반의 남자 손님이 찾아왔다. "19평 매물 있나." "대기자 명단에 이름 올려놓겠나. 7번째다." "연초에 왔을 때 그냥 돌아갔는데...(한숨)" "그 때 샀으면 돈 벌었지." "사무실 들어가서 또 복잡한 일 있으니까, 신경을 못 썼다. 아, 그 때 사는건데. 돌아서면서 고민 많이 했었는데." 이 아파트 19평은 연초 3억 100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4억 300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홍씨는 "부동산 가격이 스프링처럼 튀어오르고 있다"면서, "지금 상태로 간다면 부동산 가격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돈 있는 사람들의 돈이 흐를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는데, 규제만을 되풀해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다"며 "양도세와 종합부동세 인하 등 정부가 규제를 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집 소유자들이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 판교 개발에 대해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정부가 판교를 통해 집 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정부가 땅을 사서, 정부가 집을 짓고 서민들에게 분양을 하면 된다. 그런데 정부가 땅 장사를 해서 결국 주변 집값만 올려놨다." "정부가 땅장사 해서 주변 집값만 올려놨다" 12일 통계청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고소득자들은 집을 사고 있으나, 저소득층은 집을 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키지 못하면 양극화 현상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본부장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약속했던 정부가 개발이익환수제라는 왜곡된 정책을 편법으로 만들어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해 결국 강남 등의 집 값 폭등을 불러왔다"며, "정부가 아파트 값을 잡겠다고 한다면 재벌 건설사 배만 불려주는 개발 계획을 재고하고, 판교 공영개발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지금의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정부가 만져서 키운 측면이 크다"며 "매일 "늑대가 온다"고 대책만을 발표하지 말고, 정부가 부처간 협조를 통해 일관성을 유지하고 정책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강남과 판교 주변 집 값을 잡기 위해 국세청은 13일부터 486개반 989명으로 구성된 "부동산거래 동향파악 전담반"을 가동해 아파트가격 및 투기정보를 수집하겠다고 발표했다. 13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부동산 가격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전방위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가 또 "양치기 소년" 이 되느냐, 아니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느냐 서민들은 의심어린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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