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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클리닉] 보청기로도 안들리는 '고도난청'...‘인공와우’ 이식후 체계적 재활치료

이순용 기자I 2024.08.14 07:16:05

서울아산병원 인공와우클리닉, 수술 전 상담부터 수술 후 재활까지 체계적으로 관리
이식 후 좋은 청취 결과 위해 청각재활 필수
보청기로도 소리 잘 들을 수 없다면 인공와우 이식 받아야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또래에 비해 유난히 말이 느렸던 해수(여·만 16세)는 네 살 무렵 청각장애 진단을 받았다. 보청기를 착용하고 말하는 법을 배웠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해수 부모님이 인공와우 이식 수술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난청 환자의 달팽이관에 인공와우를 삽입하고, 전기 자극신호로 소리가 뇌에 전달되게 만드는 수술이었다.

마침내 6살이 된 해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인공와우 이식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갑자기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해수는 적응을 힘들어했다. 인공와우 이식은 수술만큼 재활이 아주 중요하다. 해수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인공와우의 자극 정도를 지속적으로 조절했다. 또 언어치료를 병행하며 자신에게 맞는 소리와 발음을 찾아갔다. 재활 시간이 누적될수록 소리는 점점 편하게 들리고 상대방도 해수의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해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심리 상담사를 꿈꾸며 미래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인공와우 이식은 달팽이관(와우) 안에 전극을 삽입함으로써 청신경을 자극해 소리를 듣게 해주는 청각재활 방법이다. 양쪽 귀의 청력이 너무 나빠 보청기로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고도난청 환자들에게는 인공와우 이식이 유일한 희망이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가 소아 난청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인공와우클리닉)는 “인공와우 이식은 수술 전 충분한 검사를 통해 귀 내부 구조를 자세히 확인하고 숙련된 의료진에게 수술을 받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거의 없다. 수술 기법은 물론 영상 기술과 기기도 나날이 발전해 수술 전에 예후도 예측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보청기로도 소리 잘 들을 수 없다면 인공와우 이식받아야

난청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 원인에 의해 말이나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이 있는 상태다. 난청은 크게 전음성 난청과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나뉜다. 전음성 난청은 중이에서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으로, 청력 개선 수술이나 골도 보청기(뼈를 통해 소리 전달)로 재활을 진행한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청각 세포에서부터 뇌의 청각을 담당하는 신경 부위까지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가 어느 정도 청력이 남아 있다면 보청기로 청각 재활이 가능하다.

외이도 염증 등으로 인해 보청기 착용이 어려운 환자는 중이 임플란트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감각신경성 난청의 정도가 심해 보청기로도 청각재활이 어려운 환자는 인공와우 이식을 받아야 한다. 매우 드물게 청신경에 이상이 있거나 선천적으로 달팽이관이 없으면 인공와우 이식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달팽이관에 문제가 있어 난청이 발생한 경우로, 보청기를 사용해도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다면 인공와우 이식의 대상이 된다.

◇ 어릴수록 이식 결과 좋아… 양측 이식 후엔 재활기간 단축돼

서울아산병원은 만 1~13세 시기에 한쪽 귀 인공와우 이식을 받은 환자 114명을 대상으로 청력 호전 정도를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관찰한 바 있다. 결과를 보니 단 1년 차이에 의해 이식결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릴수록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어 최근에는 1세 이전에 수술을 시행한다. 한편 양측 인공와우 이식을 하면 재활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순차적으로 인공와우 이식을 시행한 소아 환자 70명을 분석해봤더니, 소아 난청 환자들이 반대쪽 귀에 인공와우 이식을 추가로 받을 경우 재활 기간이 3분의 1로 훨씬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홍주 교수는 “난청으로 태어나더라도 어릴 때 인공와우 이식 받을 경우 꾸준히 청각재활을 하면 일반인과 차이가 거의 없다. 과거에 한 쪽만 수술을 한 소아의 경우, 두 번째 인공와우 이식 수술도 이른 시기에 할수록 수술 결과가 좋고, 늦어도 13세 이전에는 받아야 결과가 좋기때문에 수술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이식 후 좋은 청취 결과 위해 청각재활 필수

인공와우 이식 후에는 조율 과정(맵핑)을 거치게 된다. 인공와우 맵핑은 청각 신경에 전달하는 전기 자극의 양을 결정해 인공와우 사용자가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 인공와우 이식 환자는 정기적으로 맵핑을 받아야 하고 청각사 및 언어치료사와 함께 청각재활을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재활은 청각 자극과 훈련을 통해 신경학적 결함을 회복하도록 도와주므로 좋은 청취 결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소아는 말을 배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재활을 해야 한다. 이미 말을 배운 성인은 단지 못 듣는 게 문제이므로, 수술 후 1년 정도 적극적으로 재활하면 충분하다. 물론 맵핑이 안정화되더라도 1년에 한 번씩 기기 점검과 맵핑을 해야 한다.

◇ 서울아산병원 인공와우 2천례 시행

서울아산병원은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들을 수 없던 환아와 노화로 인해 소리로부터 멀어진 고령 환자들을 위해 1999년 인공와우 이식을 시작해 단일 기관으로는 국내 최다인 2천례 이상의 수술을 시행했다. 연간 수술 건수는 80~100례에 달한다. 서울아산병원 인공와우클리닉에서는 4명의 의사, 인공와우 전담간호사, 청각사, 언어치료사가 팀을 이루어 수술 전 상담부터 수술 후 재활에 이르기까지 인공와우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인공와우 이식 결과를 높이기 위해 수술 후 청각 능력과 언어 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전문적인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그간의 풍부한 수술 경험을 토대로 달팽이관 주변 뼈를 최소한으로 절제해 달팽이관 손상을 줄이고 수술 전 잔존 청력을 최대한 보존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등 첨단 치료도 선도적으로 도입해왔다. 최근에는 환자의 청신경 상태를 보면 인공와우 이식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기반해 청신경의 미세한 모양까지 확인한 후 정교하게 수술을 계획하여 난청 환자들의 수술 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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