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시스템 공천’을 공언했다는 데 있었습니다. 한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이들의 출마 지역을 못 박은 것은 ‘전략 공천’하겠다는 의미나 다름 없는데 이렇게 되면 경선 등 자체 평가 체계에 따라 지역구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방침과 배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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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동훈 위원장으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였습니다. 인천시당 신년인사회는 16일 인천 계양구에서,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는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각각 열렸습니다. 이재명 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의 지역구가 있는 곳에서 한 위원장도 외치고 싶었을 겁니다. 국민의힘에도 이들을 꺾을 만한 인물이 있다고 말입니다.
소개말도 멋들어졌습니다. 한 위원장은 원 전 장관을 “국민의힘엔 이재명 대표가 출마하는 지역이라면 그곳이 호남이든 영남이든 서울이든 인천이든 충청이든 어디든 가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싶은 후보들이 많이 있다”며 “그 중 한 분이 여기 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의 원희룡”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김경율 위원을 두고 “진영과 무관하게 공정과 정의를 위해서 평생 싸워왔다”며 “김경율과 정청래, 누가 진짜로 동료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살아왔고 앞으로 그 동료시민의 미래를 위해서 뛸 사람인가”라고 치켜세웠습니다.
하지만 영입 인재에 밀린 기존 당협위원장 입장에선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격이었을 겁니다. 지역의 당 조직을 관리하는 당협위원장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의 공천을 목표로 뜁니다. 비용도 만만찮습니다. 현수막 게시, 사무실 운영 등 월 1000만원 안팎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협위원장이라고 해서 공천이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공천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결과를 바라진 않았을 터입니다.
당 지도부는 관련 논란이 커지자 수습에 나섰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 17일 시스템 공천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 “특정 누군가를 거기 보내겠다고 결정한 취지는 아니다”라며 “공들여 모셔온 김경율 회계사 같은 분이 자청해 상징성 있게 싸우겠다는 것은 우리 당에 큰 희망을 주는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당 김민수 대변인도 “용기와 희생정신에 대한 격려를 통해 격전지에 도전하는 수많은 후보에 사기를 진작하고자 한 것이지, 공천 확정 발표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19일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 그런 문제를 정리 가능하다”고 일축했습니다. 김경율 위원은 행사 직후 “반발이 있다면 조심하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19일 CBS 라디오에서 김성동 위원장을 향해 “엎드려 사죄드리고 싶다”고 거듭 유감을 표했습니다.
“우리 당에서 해보지 않은 놀라운 일”, 한동훈 위원장이 18일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공관위의 시스템 공천 결정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고 합니다. 공정한 공천을 재차 언급하던 한 위원장이 시스템 공천 원칙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이 모든 논란을 잠재울 해법은 단 하나, 실천뿐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