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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수급자 4명 중 3명은 수급 중 취업 실패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구직급여 지출액은 12조 623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구직급여는 직장인이 비자발적으로 실업자가 됐을 때 최대 270일까지 받을 수 있는 수당으로 통상 ‘실업급여’로 불린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되면서 인한 실직자가 대폭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충분히 이해할 만한 현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업급여가 제도의 취지를 절반만 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업급여의 근거 법령인 고용보험법에는 정책의 목적을 ‘실업의 예방, 고용의 촉진, 근로자가 실업한 경우 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지급해 생활 안정과 구직활동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용보험 사업은 사회안전망 강화와 재취업 촉진이라는 목표를 함께 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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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조기재취업수당에서도 재취업 촉진의 부진한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다. 조기재취업수당은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에 재취업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실업급여 지급 기간 중 절반 이상을 남기고 취업에 성공해 1년 이상 일하면 남은 실업급여 가운데 50%를 지급한다.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는 월평균 65만명에 달하지만, 조기재취업수당을 받은 사람은 1년 전체를 통틀어 9만 2000명에 불과하다.
◇실업급여 도적적 해이 ‘만연’…정부, 모니터링 강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취업지원서비스가 약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전부터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구직을 노력하는 도덕적 해이는 만연해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전 정부가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인 영향이 있다. 실제로 2017년 허위·형식적 구직활동 적발 건수는 1만 300건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119건에 불과했다. 5년 새 1만 건 이상 줄어든 셈이다. 정부는 제도개선의 효과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재취업 촉진의 부진한 성적표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고용부는 실업급여 인정요건을 지난달부터 강화해 재취업 촉진 성적표 올리기에 나섰다. 특히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에도 나섰다. 정당한 사유가 없이 면접 불참·취업거부 등을 한 경우에는 경고하고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등 조치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점검 인력의 한계로 도덕적 해이를 극복에는 한계가 있다.
◇폭증한 실업급여 하한액…“최저임금과 연동 끊어야”
일각에선 실업급여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루 8시간 근무만 하면 얼마를 벌든 한 달에 최소 18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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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평균임금의 60%로 산출한 금액이 최저임금의 80%로 계산되는 실업급여 하한선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실업급여 하한액이 지급된다.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소정근로시간 8시간 기준 하루 6만 120원으로, 한 달 180만 3600원(6만120원x30일)이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과 연동되다 보니 문재인 정부에서 대폭 올랐다. 이에 평균임금의 60%가 실업급여 하한선에 못 미쳐 실업급여 하한액 적용을 받은 사람들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6년만 해도 85만 9000명 수준이었던 실업급여 하한액 적용 수혜자는 2018년 1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132만 3000명으로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실업급여의 하한액을 낮추고 상한액 기준을 높여야 고용보험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경영계는 실업급여 하한액과 최저임금의 연동을 끊거나,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6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용부 관계자는 “하한액을 80%로 낮출 때도 노동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며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해관계자 설득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