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독일의 빌헬름 뢴트겐에 의해 미지의 광선인 X-ray가 처음으로 발명되어 인체 내부를 볼 수 있는 의료 영상이 시작되었다. 이후 최초의 컴퓨터단층촬영기(CT)가 발명되어 우리나라에 1977년에 처음으로 도입 되었다. CT 전 세대의 신경외과 의사들은 뇌 속의 병변을 찾기 위해 X-ray를 이용한 뇌혈관조영술을 촬영하여 혈관이 병변에 의해 어느 쪽으로 이동해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진단하고 출혈인지 종양인지도 모른 채 두개골을 열어 뇌출혈이나 뇌종양을 제거하였다.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 의식이 없는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오기라도 하면 일단 양쪽 두개골에 구멍을 내에 출혈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것인지 뇌출혈로 인해 혼수상태가 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간혹 멀쩡한 두개골을 여는 행위도 정당한 의료 행위로 간주된 적이 있었다.
가장 정밀한 진단영상장비인 자기공명영상촬영기(MRI)는 1988년에 우리나라에 도입 되었다. 뇌를 실제를 잘라보는 듯한 사진을 얻게 되어 신경외과 영역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진단의 정확성이 매우 높아졌다. MRI는 기존의 CT와 다르게 방사선이 아닌 강력한 자장을 이용하여 촬영하기에 인체에 무해한 장점도 가지고 있다. 단, 신체내부에 금속성 이물질이 있는 경우에는 MRI를 촬영할 수 없다. 여기에는 인공와우, 심박 조율기 같은 의료기기도 포함될 수 있으나, 뇌동맥류 클립이나 코일은 자장에 영향을 받지 않아 촬영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기능성 MRI(fMRI)로 뇌의 언어중추나 운동중추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데, 촬영하면서 말을 하거나 손을 움직일 때 뇌의 해당영역의 중추에 미세혈류가 증가하는 것을 감지 하여 영상을 얻을 수 있어 실제 수술할 때 이 영역을 피해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게 되었다. MRI가 인체에 무해하지만 임신부인 경우 첫 3개월 동안은 촬영을 피하는 것이 좋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CT)는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하여 세포수준에서 신체내 활동을 보여주는 영상 기술인데 암환자에서 전신에 암이 퍼져있는지 알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장비이다. 예를 들면 암세포는 건강한 세포에 비해 포도당 사용을 많이 하기 때문에 포도당에 태그 된 방사선 동위원소를 추적하면 정상세포보다 포도당을 많이 소모하는 곳이 암세포가 있는 곳이므로 암 진단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파킨슨씨 병이나 치매의 진단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가 진단영역에서 일부 의사들이 할 일을 대신해 주고 있다. 방사선 영상 판독이나 병리조직 진단도 AI로 하여 적중률이 100%에 가깝게 적중하고 있으나 아직 까지는 기계가 인간을 헬스케어 분야에서 완전히 대체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AI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는 있으나 최종 결정은 결국 의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의사의 기본적인 임무는 환자의 통증을 치료하고 고통을 완화하는 것이다. 통증과 고통은 다른 것이 있는 듯 하다. 말기 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통증이 없을 수 있지만 고통스러울 것이다. 환자는 병명을 넘어선 존재의 가치가 있는 인간이다. AI 처럼 알고리즘에 의한 진단과 치료보다는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잘 이해하고 따뜻한 한마디의 말을 건네는 의사의 말이 의학의 냉철하고 비인격화된 언어 보다 환자의 치유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의무기록 작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환자와 눈을 마주치기보다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말을 의학용어로 번역해서 기록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환자로부터 신뢰를 얻기 힘들다. 환자의 의사에 대한 신뢰는 치료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의사는 병을 고치는 직업이 아니라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돌보는데 있다는 노교수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첨단 의학을 넘어서는 오감의 과학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