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고속도로가 하나 생기면 그 인근은 불이 난다. 땅에 불이 나며 사람들의 발품에 따라 땅에서 불이 솟아나는 것이다. 고속도로가 생긴 인근에 있는 숲이 우거진 깊은 산속에도 길이 생긴다. 발품을 판 사람들의 흔적인 발길 말이다.
도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새 길을 보면 생동감이 넘치지 않는가. 국도나 지방도로도 고속도로보다는 못하겠지만 작은 불이날 수 있다. 하다못해 농로나 사도도 땅값을 움직이게 한다.
길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중국의 노신은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 길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길에는 ‘만들어진 길’과 ‘만든 길’이 있다. 전자는 저절로 이뤄진 역사의 자취가 머물러 있을 뿐이고, 후자는 생성의 의지가 담겨져 있는 창조된 역사가 새겨져 있다. 서울을 예로 들면 강북지역이 전자에 속하고 강남은 후자에 속한다.
현재 한국의 길은 빠른 경제 성장과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자동차 증가를 빠르게 했고, 거기에 따라 교통량의 수용을 위해 도로건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970~80년대는 주로 도로포장에 주력을 했지만, 현재는 일반국도의 포장은 민통선 이북을 포함하더라도 전국 대부분의 지역인 98%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도와 시도, 군도의 포장률도 80%를 넘고 있으며 산간오지와 농어촌까지 사람의 발길이 미치고 있다. 모세혈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심장에 해당하는 서울에서 지방 곳곳 어디든 갈 수 있는 상황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도로 총연장은 14만㎞로 길어졌으며, 고속도로망은 1997년 말보다 3배 가까운 수준으로 확충돼 있다. 또한 일반국도의 4차로 이상 비율이 50%를 넘어섰으며, 그 동안 교통 애로사항을 신설한 도로를 통해 완전히 해소하고 있다.
도로는 각종 기반시설과 사람을 몰리게 만드는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도로는 지역발전과 개발에 필요한 중요한 도구다. 마치 밥을 먹을 때 숟가락과 젓가락이라고 할 수 있다. 고속도로를 ‘숟가락’이라고 한다면, 일반국도는 ‘젓가락’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몸으로 말한다면 피가 흐르는 혈관 역할을 하는 것이 도로라고 할 수 있다. 도로가 생기면 땅값이 꿈틀거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