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로봇으로 더 정확하게, 회복도 빨라...어르신도 인공관절수술 거뜬

이순용 기자I 2021.04.13 06:17:17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 조사결과 ''로봇시스템으로 출혈량 대폭 줄어''
인천힘찬종합병원 송문복 의료원장 "고령환자 수술 후 회복 중요"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인천에 사는 김문순씨(가명·여)는 10년 전부터 조금만 걸어도 무릎이 아프고, 붓는 증상이 있어 물리치료, 주사치료, 침치료를 받으며 한의원과 정형외과를 오갔다. 최근 몇 년 사이 밤에 잠도 못 이룰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 관절전문병원을 찾으니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수술이 무서워 ‘살면 얼마나 살겠냐’는 생각에 치료를 포기하고 돌아왔다.

손상된 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보통 65세 이상 말기 퇴행성 관절염환자에게 시행되기 때문에 주로 노년층이 받는 수술이다. 나이가 들어서 하는 수술이라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나 신체적인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80세에 접어든 김씨는 부담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백세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씨처럼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한다면 남은 인생을 통증의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 일상생활이 힘들어 집에만 있다 보면 우울증이 생기거나 만성질환이 악화되고, 참다가 결국 수술을 받게 되더라도 수술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가 있다.

고령환자들의 수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술 기술 및 도구 등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무릎 인공관절수술에 접목된 로봇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로봇을 활용해 정확성을 높여줘 고령환자들의 수술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송문복 의료원장(정형외과 전문의)는 “고령환자는 수술 후 신체적 회복과 운동기능 회복이 중요하다. 신체적 회복은 수술에 따른 합병증이나 부작용 없이 일상으로 빨리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며 운동기능 회복은 수술 후 불편함 없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으로 출혈량 줄여 신체적 회복 앞당겨

수술 후 회복상태는 수술을 얼마나 정확하게 했느냐에 달렸다. 이때 출혈은 수술의 정확도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가 된다. 로봇 인공관절수술은 3D CT 영상을 통해 수술 전 인공관절의 크기, 삽입 부위, 뼈의 절삭 정도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뼈의 절삭범위가 미리 계산되어 있기 때문에 로봇팔이 절삭범위를 벗어날 경우 자동으로 멈추게 된다. 이때 주변조직의 손상을 최대한 막을 수 있어 출혈을 줄일 수 있다. 또 다리 축을 맞추기 위해 허벅지뼈에 길게 구멍을 내는 일반 수술에 비해 로봇은 프로그램이 계산한 수치를 활용해 축을 맞추기 때문에 출혈을 줄일 수 있다.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80대 환자113명(총184건)을 대상으로 인공관절수술 후 예후를 조사한 결과, 로봇 인공관절수술 후 피주머니(헤모박)를 통해 배출되는 출혈량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기간 동안 피주머니를 통해 배출된 혈액량을 비교해보니 로봇 수술이 평균 185.1㎖, 일반 수술이 평균 279.6㎖로 로봇시스템을 활용함으로써 출혈량을 약 34%나 줄일 수 있었다.

송문복 의료원장은 “출혈량이 감소되면 수혈에 따른 각종 합병증과 감염 등 부작용의 위험을 낮출 수 있고 수술 후 부종이 덜해 통증이 줄어들어 재활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어 수술 후 운동기능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재활 빨라 운동기능 회복 향상에 도움

은퇴 후에도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고 있는 만큼 수술을 통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인공관절수술의 주요 목적이다. 무릎은 굽히고, 펴고, 잘 걷게 하는 관절 본연의 운동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릎을 굽혔을 때와 폈을 때 관절 간의 간격을 일정하게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로봇시스템을 활용하면 환자 다리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다리 움직임에 따라 변화되는 관절 간격이 모니터를 통해 수치로 보여줘 더욱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또 관절 간격뿐만 아니라 기존에 의사의 눈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던 인대의 균형 역시 컴퓨터로 정확하게 맞춰주기 때문에 운동기능을 더욱 잘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로봇 수술과 일반 수술 환자 각각 500명씩 총 1,000명(평균 나이 70세)을 대상으로 무릎을 구부리고 펼 때의 각도(관절가동범위)를 조사한 결과, 수술 후 평균 10일 뒤 관절가동범위가 로봇 수술이 평균 120.4도로 일반 수술 평균 114.4도 보다 6도 가량 더 컸다.

송문복 의료원장은 “인공관절수술 결과의20%는 재활에 달려있다. 관절가동범위는 재활의 정도를 가늠해준다. 보통 수술 후 2주 정도 지나면 관절가동범위가 130~140도 정도 회복하지만 수술 열흘 뒤에 120도를 넘어섰다는 것은 로봇 수술이 빠른 재활을 도와 관절의 각도가 조기에 회복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송문복 의료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이 로봇시스템을 이용해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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