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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등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규제 샌드박스’로 총 412건의 과제가 승인됐다. 이를 통해 1조 4344억원의 투자가 이뤄졌고 2800여 명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 시켜주는 제도다. 신기술이나 서비스가 국민의 생명·안전에 저해되지 않을 경우, 기존 법령·규제에도 불구하고 ‘실증 특례’나 ‘임시 허가’를 받아 사업을 할수 있다. 실증 특례는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검증’ 해야 할 때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것을 뜻하며, 임시 허가는 아예 일정 기간 동안 제품·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것을 말한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영국에서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처음 시작됐다. 국내에선 지난 2019년 1월부터 시행됐다. 기본 2년에 1회(2년) 연장까지 하면 최장 4년간 관련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다. 국내에선 세계 최초의 민간 샌드박스 채널로서 대한상의의 ‘샌드박스 지원센터’가 운영되는 것도 특징이다.
대표적인 샌드박스 성공 사례로는 공유주방이 있다. 공유주방은 주방 하나를 정해진 시간만큼 공유하거나 동시에 여러 사용자가 공유하는 것으로, 임대료나 인테리어 비용 등 창업자들의 초기 투자비용 부담을 줄여 창업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유주방은 식품위생법상 국내에선 불법이었으나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빛을 보게 됐다. 60년 만에 식품위생법을 개정하는 결실도 맺었다.
이 밖에도 ‘규제 샌드박스’는 △공유숙박·미용실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안면인식 비대면계좌 개설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 등이 낡은 제도를 넘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했다.
◇‘시한부’ 우려·대형 성과 등은 숙제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실증 특례’를 부여 받은 사업이라도 최장 4년의 기간 동안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을 경우 사업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시허가의 경우도 기간이 무제한 연장될 수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와 달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선 임시허가를 연장할 수 없다. 아무리 법령·규제를 면제시켜준다 한들, 기한 내에 조속한 법령 정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사업이 ‘4년 시한부’에 그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정은 ‘규제샌드박스 5법(정보통신융합법·산업융합촉진법·지역특구법·금융혁신법·행정규제기본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법처리를 서두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실증특례에서) 안전성이 검증됐음에도 법령 개정 지연으로 4년이 넘어갈 경우 임시허가로 전환해 특례기간을 추가 연장하는 규정 신설과 법령정비 요청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과가 나오곤 있지만 아직 ‘굵직한 성과’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성공 사례들이 나왔지만 피부로 느낄 만큼 굵직한 사례는 부족한 측면도 있다”며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제도 내실화와 성과 확산을 통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