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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연초 이후 해외주식형 에너지 섹터의 평균 수익률은 0.74%로 집계됐다. 전체 해외주식형의 평균 수익률 22.24%와 비교하면 턱없이 저조하지만, 상품별 투자 종목에 따라 차이가 최대 15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중 ‘알파글로벌신재생에너지’ 펀드는 A클래스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 116.08%를 기록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해 같은 기간 펀드 전체 중 가장 우수한 성적이다.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관련 국내외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9월 기준 미국 태양열 업체 엔페이즈 에너지(Enphase Energy)(5.30%), 덴마크 풍력 업체 베스타스(Vestas)(5.28%), 스페인 해상 풍력발전기 제조업체 지멘스 가메사(SIEMENS GAMESA RENEWABLE ENERGY)(5.19%) 등을 담고 있다. 국내 기업인 씨에스윈드(112610)(4.57%), 두산퓨얼셀(336260)(4.24%), 삼강엠앤티(100090)(3.57%) 등도 투자했다.
엔페이즈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에너지 솔루션 제공 업체다. 분산형 인버터에서 태양광 스토리지(ESS)로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지난해 주가가 5배 오르는 등 무서운 성장 속도를 보여준다. 올해도 연초 29.34달러였던 주가는 22일(현지시간) 177.27달러로 마감해 504.19% 치솟았다. 유사한 콘셉트인 ‘멀티에셋글로벌클린에너지’와 ‘삼성글로벌클린에너지’도 연초 이후 99.47%(C1클래스) 41.23%(A클래스)의 수익률을 거뒀다.
◇ 그린테마 열풍·바이든 수혜…“장기 접근 필요”
수익률이 뒷받침되면서 전반적인 자금 유입도 원활했다. 해외주식형 에너지섹터 전체 순자산은 2021억원으로, 올해에만 1190억원이 새롭게 유입됐다. ‘멀티에셋글로벌클린에너지’(595억원), ‘삼성글로벌클린에너지’(180억원) 등에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신재생 에너지 테마 펀드는 2007년 대부분 설정됐다. 선진국 중심으로 친환경 붐이 일면서 그 영향을 받았다. 기대감은 컸지만 당시만 해도 신재생 에너지 사업은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과 달리 규모나 사업성에서 초기 단계였다. 출시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도 불거졌다. 일부 펀드는 자금이 쪼그라들면서 청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친환경 투자가 가속화되면서 해당 펀드들도 톡톡히 수혜를 누린 것이다. 대표적인 친환경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Global Clean Energy ETF’는 올해 129.00% 상승했다. 최근 몇 년 부진을 겪었으나 올해 가파른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현 수준에선 가격적 부담이 크고, 정책에 좌우되는 테마인 만큼 중장기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미국과 유럽은 각각 2035년,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총량 ‘0’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최근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각국의 탄소배출 저감 정책으로 2050년이 글로벌 발전용량에서 친환경 에너지인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비중은 50% 이상 차지할 것으로 전망돼 2025년이면 지금의 약 2배 규모로 성장해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용량을 추월하는 수준일 것”이라면서 “올해 코로나19로 지연된 태양광·풍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가 하반기부터 재개됐고, 내년에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예정됨에 따라 친환경 기업들의 이익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수요 급감에 규제 우려…석유 회사 투자 펀드 울상
반면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을 담는 ‘블랙록월드에너지자(주식-재간접)(H)(A)’은 연초 이후 수익률 -27.32%를 기록했다. 9월 기준 프랑스 토탈(TOTAL SE)(9.79%), 미국 쉐브론(CHEVRON)(9.51%), 영국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7.58%) 등 글로벌 대형 정유사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 바이든 새 행정부 우려 등 업황 부진이 수익률로 이어졌다. 마이너스로 급락했던 유가의 느린 회복에 이들 주가는 연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연초 121.43달러였던 쉐브론은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으로 11월 이후 상승 곡선을 탔음에도 아직 8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10월 말에는 미국 친환경 에너지 기업 넥스테라 에너지가 미국 최대 석유업체 엑슨모빌 시총을 추월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