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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약 두 시간 동안 이곳 은행에는 약 20명의 사람들이 오갔다. 입구에서 안내하는 보안 직원에게 물어보니 코로나 여파로 예년보다 방문자 절대 규모가 줄긴했지만, 지난달 대비로는 평소와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수준이라고 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최근 한 달 사이 1단계에서 1.5단계, 2단계, 2단계+α, 서울시 비상조치에 이어 2.5단계 시행까지 빠르게 격상했지만 말이다.
은행들은 이달 28일까지 3주 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전 지역 영업점을 당초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에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1시간 단축 운영하고 있다.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기간과 지역이 늘어나면 이에 맞춰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권 노사는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을 막고 금융소비자 및 금융노동자의 감염 방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와 같은 방침을 합의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은행 영업시간 단축 운영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재확산세가 심각한 요즘, 은행도 단축 운영 동참으로 바깥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반면 한편에서는 은행 방문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시간만 단축하게 되면 그만큼 ‘밀집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더 위험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실제 각종 SNS에서는 ‘일찍 열고 늦게 닫아야 분산되지’, ‘은행 갈 사람이 업무시간 줄었다고 안 가고 그러나’, ‘은행 볼일 있는 사람의 수는 같은데 시간 감축하면 더 붐빌 것 아닌가’, ‘은행이 왜?’ 등의 비판적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은행원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영업점 단축 운영으로 붐비는 출퇴근 시간 밀집도 분산 효과는 기대하지만서도, 일부 직원들은 경험 상 영업점 운영시간이 7시간에서 6시간으로 1시간(약 15%) 줄면, 시간당 평균 밀집도가 평균 5~10%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단축 운영이 오히려 ‘밀집도’를 높이며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본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는 것이다.
은행은 최소한의 금융 접근을 위한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시민들이 민원 업무를 위해 주민센터 등 관공서에 가듯, 생업과 금융 서비스 이용을 위해 은행에 간다. 카페와 술집처럼 기호 소비를 위해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곳들과 성격이 다르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장기화로 언택트(비대면) 소비에 적응한 많은 사람들은 이미 모바일·인터넷 뱅킹 등 디지털 금융으로 갈아탈 만큼 갈아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은행을 직접 방문하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불가피한 대면 업무를 위함이거나, 생계와 밀접하거나, 디지털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 등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다면서 대중교통과 상점처럼 저녁 9시 이후도 아닌, 일과 시간 내 은행 운영시간을 일괄 단축한다는 말은 소비자들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근 영업점과 서로 시간을 달리하는 탄력 운영이 요즘 상황에 맞는 분산법일 수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목적’을 위해 무조건 시간을 단축하기 보다, 업종 성향과 상황에 맞게 ‘수단’을 달리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