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회계기획감리실은 이번 주초 코스닥 상장사 코디(080530)의 수년 치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리 결과를 박 변호사에게 사전통지했다. 회계기획감리실은 지난 2018년 말부터 무자본 인수합병(M&A)이 의심되는 회사들을 선별해 회계장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무자본 M&A는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남의 돈을 빌려 기업을 사들이는 기법이다.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나 진행 과정에서 회계부정 등 불법 행위가 자행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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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회계처리기준 위반 관련 금액이 상당한(무형자산 과대계상 40억9200만원) 데다 박 변호사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직무상 주의의무를 현저히 결여했다”고 인정, ‘중과실’로 판단했다. 위법동기는 과실→중과실→고의 순으로 악질이다. 중요도는 2단계(총 5단계 중 2번째로 높음)로 책정했다.
이를 종합하면 박 변호사에게는 ‘담당임원 해임권고’가 내려져야 마땅하지만, 현재 조치대상회사에 근무 중인 경우에 한해 조치토록 한 구(舊)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위법사실을 통보받는 데 그쳤다.
이르면 오는 11월19일 감리위원회에 코디 및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안건이 상정된다. 이들에 대한 제재는 추후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확정된다.
박 변호사는 자본시장에서 자주 회자됐던 인물이다. 2000년대 초 서울이동통신을 시작으로 아이러브스쿨, 대우컴퓨터 등을 인수했으나 경영권 분쟁 등 잡음을 일으켰다. 이후 2004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서울이동통신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박 변호사는 이 의원과 전주고 58기 동기로도 잘 알려졌다. 이런 인연 덕에 박 변호사는 2012년 4월~2015년 3월 이스타항공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사직을 내려놓은 후에도 금전관계로 계속 얽혀 있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주식 77만주를 담보로 사모펀드로부터 80억원을 빌렸는데, 박 변호사는 해당 사모펀드가 담보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주식을 보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스타홀딩스는 박 변호사가 77만주 중 40만주를 자신이 대표로 있던 코디에, 20만주는 김재현(구속기소)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48억원을 챙겼다며 지난 2017년 10월 박 변호사를 고소한 바 있다.
이스타홀딩스는 2018년 5월 코디를 상대로 주식 40만주를 반환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1심에서 패소했다. 판결에 불복한 이스타홀딩스가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