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이데일리가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14~25일 전국 만 25~59세 남녀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10 부동산 정책이 서민의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20.5%에 그쳤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47.0%로, 부정 응답률이 2배 넘게 높았다.
‘그렇지 않다’ 응답은 만 30~34세에서 56.0%로 가장 높았다. 충남 거주 30대(31·남) 응답자는 “부동산을 잡는다 잡는다 하는데 집값은 계속 올랐다”고 탄식했다.
조임출 마크로밀엠브레인 수석연구위원은 “7·10 대책으로 보유·거래세 부담이 동시에 커졌다”며 “30대가 부동산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다가 투자)’,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나섰는데 내 집 마련을 위한 부동산 투자는 점점 힘들어져 불만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7·10 대책에는 종합부동산세를 현행 0.5~3.2%에서 0.6~6.0%, 취득세를 1~4%에서 1~12%로 강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1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의 양도소득세는 40%에서 70%, 2년 미만 주택은 40%에서 60%로 올렸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3년 만에 사실상 폐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단독으로 지난달 4일 이같은 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당시 정부·여당은 과세 강화는 투기 근절·집값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여론조사 응답자 51.0%는 ‘세금이 오르면 전·월세가 올라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투기 세력이 억제돼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응답은 30.5%에 그쳤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내년에 경기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V(브이)자 반등을 하기 힘들 것”이라며 “확장적 재정 정책 등으로 시장에 풀린 돈이 올해처럼 부동산 시장으로 몰릴 수 있어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대차 3법 찬성이 소폭 앞서…“전셋값 상승 부정여론 커질 것”
임대차 보호3법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임대차 보호3법은 잘 된 정책’이라는 응답은 40.6%, ‘잘못된 정책’이라는 응답은 36.2%로 찬성의견이 다소 앞섰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3.1%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25~29세에서 28.7%로 가장 적었고 만 55~59세에서 45.4%로 가장 많았다.
경기도 거주 30대 응답자(38·여)는 “잠깐은 세입자에게 유리해 보이겠지만 임대인이 부동산 물건을 내놓지 않는다면 세입자가 불리해지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항목별로 후속 질문을 한 결과 △전세 계약을 최장 4년으로 하는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잘함 47.4%, 잘못함 30.5% △계약 갱신 때 인상률을 5% 이내로 하는 전·월세 상한제는 잘함 56.5%, 잘못함 28.7% △전·월세 계약 후 30일 이내 계약 내용을 신고하는 전·월세 신고제는 잘함 55.9%, 잘못함 22.6%로 긍정 평가가 많았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은 “임대차 3법은 법 자체로 보면 세입자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서 원론적으로 찬성 여론이 높은 것”이라며 “임대차 3법 이후 현실적으론 전셋값이 오르고 있어 빠르면 내년부터 부정적인 여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택 공급 확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서울·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을 담은 8·4 대책에 대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47.1%, ‘도움 안 될 것’ 응답은 37.2%에 그쳤다. 전세 거주자(54.1%), 월세 거주자(52.8%)에서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서울 거주자도 긍정(48.4%) 평가가 부정 평가(40.5%)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폭등을 막기 위해선 향후에 부동산 과세 부담을 낮추는 보완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세제 정책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수단이라기보다는 국가재정을 위한 기초 자금을 마련하는 측면으로 봐야 한다”며 “보유·거래세를 일방적으로 높여 보유도 거래도 하지 말라는 현 상황을 개선하려면 취득세·양도세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