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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진화해온 결핵]‘소리없는 자객’ 잠복결핵(끝)

류성 기자I 2020.08.29 09:05:13

국민 30% 정도가 잠복결핵 상태로 추산
면역력 떨어지면 결핵이 발현되는 것이 문제
청소년 및 성인용 결핵백신 개발만이 해법

[이데일리 류성 기자] 결핵의 증상은 감기와 유사하여 대부분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고, 실제로 처음부터 결핵 때문에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렇기에 결핵은 우리가 생각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 몸 안에서 이미 자리잡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약 30% 정도가 잠복결핵 상태로 추산된다. 특히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결핵 감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이미 잠복결핵이 우리사회 속에 깊이 침투해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잠복결핵의 발병 과정]


전문가들은 한국의 결핵 발생률이 높은 까닭은 잠복결핵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결핵균에 노출되었다고 하여도 모두 결핵 환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90%는 무증상 잠복결핵이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실제 결핵이 발병되지 않은 상태다. 향후 결핵이 발병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이지만 면역작용에 의해 억제되어 있어 몸 안에 있지만 증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인체내 면역력이 감소하면 언제든지 결핵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핵과 잠복결핵 비교]


몸 안에 균은 존재하고, 증상도 전염성도 없는 잠복결핵은 실제로 면역세포와 결핵균의 전투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결핵균은 끊임없이 증식하려는데, 몸 안의 면역력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기에 증상도, 전염력도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렇기에, 면역력이 저하되면 잠복해 있던 결핵이 발현된다. 고령인 노약자 및 면역이 저하된 일반인과 각종 질환 환자들의 경우 더욱 결핵에 대비하여야 한다.

[잠복결핵의 위협]


요즘에도 병원과 어린이집, 학원가 등 집단 밀집지역에서 결핵의 집단감염이 발생되고 있는데 이는 이미 잠복결핵이 우리사회 속 깊은 곳까지 침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집단시설 종사자 대상 국가 잠복결핵 감염 검진사업 결과를 근거로, 잠복결핵 감염의 활동성 결핵 진행 정도와 치료 효과를 분석해 발표했다. 연구대상은 의무검진 대상자인 의료기관, 산후조리원,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아동복지시설과 방역판정 대상자, 고등학생, 교정시설 재소자였다.

이 조사 결과, 집단시설 내 잠복결핵 감염자는 미감염자에 비해 무려 활동성 결핵 발생 위험률이 16.3배나 높았으며, 잠복결핵감염자 중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은 치료를 완료한 사람보다 활동성 결핵 발생 위험률이 5.4배나 높았다. 증상이 없다고 방치한 잠복결핵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잠복결핵 검사를 통한 환자의 선별 그리고 치료, 무엇보다 결핵백신을 통한 예방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이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결핵퇴치를 위해 잠복결핵 감염 검진과 치료의 중요성을 깊이 인지하고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도 국내 결핵예방법에 따르면 잠복결핵 감염 의무검진 대상은 의료기관, 산후조리원,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이며 소속기간 종사기간 중 1회 검진을 실시해야 한다. 현재 필요한 검진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위반 횟수에 따라 벌금을 부과할 정도로 국가에서는 중요한 사안으로 두고 있는 상황이다.

[잠복결핵 연 1회 의무 검진 실시]


세계적으로 봐도 현재 결핵백신은 신생아용 BCG 결핵백신 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청소년 시기가 되면 그 예방 효과가 거의 소진되고 잠복결핵과 결핵의 발병 가능성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우리 사회 활동 주체인 청소년 및 성인을 위하여 결핵균에 대한 면역력을 끌어 올려줄 결핵백신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백신이 개발된다면 활동성 결핵은 물론이고 잠재적 위협요소인 잠복결핵까지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다. 그야말로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국민건강 향상 효과를 거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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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주신분 : 최유화 (주)큐라티스 사업/개발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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