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LTV 규제, 집값 잡으려다 무주택자 꿈 뺏는 꼴"

박지연 기자I 2020.07.27 05:30:13

주택 가격 잡는 LTV, 서민 주거안정도 잡는다
현 LTV 비율, 서울지역 주택구매 가구 중 무주택가구비율 10% 미만
전문가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 더 완화해야"
금융위 "현행 규제 유지 불가피"

현행 LTV(주택가격 대비 대출액 비율)로는 주택 구매가 가능한 서울의 무주택가구의 비율이 10%에도 못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높은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시행한 대출 규제가 되레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앗아가는 부작용을 초래한 셈이다.

7·10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대출 규제가 완화됐지만 그마저도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장기적인 관점에선 현행 LTV 규제 유지가 필요하다"며 정책전환에 대해 선을 그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LTV 40%로는 서울 무주택 가구 91% 내 집 마련 어려워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주택가격안정 정책이 주거안정을 해칠 수 있는 까닭’ 연구에 따르면 서울의 전체 무주택 가구 중 8.7%만이 주택담보대출로 주택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주택자 가운데 91.3%는 대출을 받아도 주택을 살 수 없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

현재 서울 전역과 수도권 상당 지역 등 투기과열지구에 적용하는 LTV는 40%에 불과하다.

무주택 가구가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경우, 주택 구입이 가능한 무주택가구 비율은 더 감소한다. 서울 무주택가구 중 5.5%만이 주택담보대출로 아파트 구매가 가능하다.

분석은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의 가구소득·가구자산 자료를 가구소득·순자산액 증가율로 조정해 이뤄졌다. 한국감정원에서 제공하는 단위면적당 중위매매가격(전체·아파트)을 곱해 마련해야 할 주택자금 규모를 산정했다. 주택자금 규모에서 가구의 순자산을 빼 산출되는 ‘대출 필요 금액’을 서울 내 LTV 40%와 비교했다.

김 교수는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한 LTV 규제가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부동산 정책의 초점은 높은 주택 가격을 잡는 것이 아니라 높은 주택가격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의 애로를 해소하는데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김준형 명지대 교수)


"7·10 서민·실수요자 규제 완화 대책 실효성 의문"

정부는 지난 7·10 대책에서 서민·실수요자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소득기준을 완화해 무주택가구 중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면서 부부 합산 연소득 8000만원 이하(생애 최초 구입자는 연소득 9000만원 이하)일 경우 LTV를 10%포인트 높여 50%를 적용한다.

하지만 문제는 서울지역 아파트 가운데 6억원 이하의 매물은 거의 ‘씨가 말랐다’는 것.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서울 내 6억원 이하 아파트는 34만6800가구로 전체의 27.7%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 대비 7.4%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김 교수는 "이번 대책 이후에도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매하기 어려운 것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 무주택가구 중 가구소득이 9000만원 이하인 가구’ 가운데 LTV 50%로 주택 구입이 가능한 가구는 8.5%에 불과했다. 주택담보대출이 더 필요한 가구는 78.3%에 달했다. 주택 유형을 ‘아파트’로 좁히면 구입 가능 무주택 가구 비율은 1.7%로 더 낮아진다.

당정이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서울지역 주택 공급을 검토중인 가운데 군 시설인 태릉골프장 일대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실수요자 대출 규제 더 완화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보다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장기간 거주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실수요자라면 LTV를 높여주는 것이 맞다"며 "LTV 완화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 문제 해결은 그 다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LTV 지원으로 무주택 세대주들이 구매가 가능한 가격대의 주택 공급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현행 LTV에서 20% 더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가구소득기준 완화 역시 세분화해 외벌이·맞벌이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도 "무주택자에 한해서는 개인 신용도가 높고 상환 능력을 갖춘 자에 대해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DTI(총부채상환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무주택자에게 적용하는 대출 규제 기준이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강도 높은 LTV 규제가 경기침체를 빠르게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며 "무주택자의 편의성을 위해 LTV 규제 완화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거시금융 관점에서는 현행 규제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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