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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행정수도 이전 추진 의사를 연일 내비치고 있다. 김두관(경남 양산시을) 의원은 22일 청와대·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행정수도특별법을 재발의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을 경제수도로, 세종을 행정수도로 정하자는 것인데 지난 이틀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내놓은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처음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낸데 이어 전날에는 여야에 행정수도완성특별위원회를 제안했다.
여권 핵심인사들은 미리 짠 듯 행정수도 이전에 동조하는 중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주요 대권 주자도 모두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언급했다.
여권이 일제히 띄운 행정수도 이전은 정국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어울릴 법한 쟁점이 미리 등장해 부동산 정책 미스와 여권 광역단체장의 성추문 등 악재를 집어삼키는 중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지역균형발전과 결부해 이를 반대할 경우 수도권 집중 발전에 동조하는 세력으로 몰아가려는 것도 일종의 정치적 프레임에 가깝다.
민주당이 2022년 대선에 대비해 미리 포석을 깔아 논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16대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충청권의 표심을 샀던 것의 되풀이다. 충청권은 고 김종필 총재 시절 이후 여야를 오가는 스윙보트 역할을 해왔다. 행정수도를 완성해 지역 표심을 끌어당긴다면 정권재창출을 위한 기반이 닦인다는 복안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은 여야 차원을 넘어 차기 대선에서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논의가 길어져 대선까지 이어진다면 국민투표에 함께 붙이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되는 중이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행정수도 이전은 차기 대선까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국 블랙홀로 작용해 관심이 쏠릴 것은 어느 정도 예측했다”고 말했다.
◇갈팡질팡 野… 결국 개헌론
미래통합당은 의견이 갈린다. 부동산 정책 미스에 대한 비판여론이 최고조에 오른 이때 행정수도 이전이 등장하자 야당 지도부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니 행정수도 이전으로 화제를 돌리려 한다”고 맞섰다. 집값 급등 원인을 지역의 불균형 발전 탓으로 돌리면서 작금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행정수도 이전은 이미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고 반대의사를 비쳤다.
지도부와 달리 야권 일각은 되려 민주당의 제안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행정수도 이전 대상인 충청권의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제안을)전향적으로 검토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역구 유권자의 눈치를 본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충청권에서는 중요한 화두다.
행정수도 이전 여부는 왈가왈부 속 개헌론에 닿을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당시 행정수도 이전의 기반이었던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위헌 판단을 했다. 이를 뒤집어야 하는 것인데 민주당은 “개헌 없이 의회가 결단하면 된다”거나 “2004년과 2020년의 대한민국이 다른 만큼 헌재도 다른 판단(합헌)을 내릴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