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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자본, 특히 일본인의 투자금을 받아 성장한 기업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 일본의 보복성 경제규제 조치로 촉발된 불매운동이 거세지면서 근거 없는 소문과 오해에서 비롯된 악성여론도 횡행하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애국 마케팅’과 함께 ‘일본 기업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던지고 나섰다.
◇“경영권 쥔 외투기업, 日기업 아냐”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본기업으로 오해받은 대표적인 업체가 ‘쿠팡’ ‘다이소’ ‘세븐일레븐’이다. 이들은 외국인 투자(외투)기업이거나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만 한 업체이다. 쿠팡은 미국법인 쿠팡LLC, 다이소는 일본법인 다이소에서 각각 자금 수혈이나 투자를 받았고 코리아세븐은 미국법인 세븐일레븐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 이들 모두 경영권은 국내 기업이 소유하고 있어 일본이나 미국기업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투기업이라고해서 판매 수익 대부분이 외국으로 흘러 가는 것이 아니다. 배당을 통한 수익의 일부일 뿐”이며 “국내에 회사가 있고 경영권을 갖고 있으면서 고용이나 생산활동을 통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나라 기업인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아성 다이소는 한국기업인 아성HMP가 지분 50.02%, 일본 다이소(대창산업)가 34.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이소는 2001년 일본 다이소에서 4억엔(약 46억2000만원) 투자를 받고 당시 ‘아스코이븐플라자’ 브랜드를 ‘다이소’로 변경했다.
일본 다이소와의 인연은 2001년 지분투자 이후 지분율 변동 없이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배당 역시 2014년 첫 배당 이후 2016년까지 3년간 50억원씩 배당한 후로는 일체 배당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다이소 관계자는 “일본 다이소와 비즈니스 협력 관계를 맺으며 아스코이븐프라자 대신 다이소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일반인들의 오해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며 “엄밀하게 말하면 외국인 투자촉진법에 따른 외국인 투자기업”이라고 말했다.
다이소는 전국 13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직원수는 1만2225명으로 전체 매장 중 400곳은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이다. 또 해외 신상품의 국산화를 적극 추진해 국내 상품 비율이 2015년 70% 이상으로 600여 중소기업들이 다이소와 함께 동반 성장하고 있다. 다이소는 2018년부터 ‘국민가게 다이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기업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쿠팡은 미국 법인 쿠팡LLC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 소프트뱅그 회장은 2015년 10억달러(1조2000억원) 투자 이후 비전펀드를 통해 20억 달러 투자를 추가했다. 비전펀드의 최대 출자자는 사우디 정부계 투자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와 아부다비 무바달라투자공사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갖고 있는 쿠팡 지분을 30%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국내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99% 이상을 국내에서 운영한다”며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해 이미 2만50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연간 1조원의 인건비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어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쿠팡 지분을 보유한 것에 대해선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외국계 지분이 60%에 달한다”며 “외국계 지분이 높다고 국내 기업임을 부정할 수 없듯이 쿠팡도 그렇다”고 말했다.
롯데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브랜드의 탄생지가 미국이다. 그러나 1990년 일본 기업 이토요카도가 미국 세븐일레븐의 지분 70%를 인수했다는 점 때문에 일본기업으로 오해받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현재 미국법인 세븐일레븐에 매년 순 매출의 0.6% 브랜드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코리아세븐은 미국 세븐일레븐과 라이선스를 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코리아세븐은 롯데지주가 지분 79.99%를 보유하고 있다”며 “일본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은 불매운동 확산으로 점주들이게 피해가 발생하자 지난 4일 전국 9700여 개 점포에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입니다’라는 제목의 공지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공지문을 통해 “잘못된 정보로 매출이 떨어져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경영주의 정당한 영업권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세븐일레븐 브랜드의 국적, 정체성 등을 알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