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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황금돼지의 해...돼지 관련 국내 지명은 112개

성문재 기자I 2018.12.30 11:00:00

전남 27곳 가장 많아..남부지역서 많이 사용
풍요·기원·두려움 등 지명 속 돼지 이야기

돼지와 관련돼 고시된 지명 현황(단위: 개, 자료: 국토지리정보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전북 김제시 ‘사직’, 경북 울진군 ‘돗진’, 충남 당진시 ‘이배산’, 경남 창원시 ‘돝섬’, 경기 이천시 ‘저명산’…

30일 국토지리정보원이 2019년 기해년(己亥年) 돼지의 해를 맞이해 전국의 지명을 분석한 결과, 돼지와 관련돼 고시된 지명은 총 112개이며, 그 중 전남이 27개로 제일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에 이어 경남 21개, 전북 16개, 경북 13개 순이었다. 대부분 우리나라의 남쪽지역으로 풍요로운 곡창지대가 있는 곳이다. 상대적으로 먹거리가 풍부한 이 지역에서 가축으로 돼지를 많이 길러 주변의 지명에 돼지가 자주 사용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고 국토지리정보원은 설명했다.

십이지의 열두번째 동물인 돼지는 시간으로는 해시(오후 9시∼11시), 방향으로는 북서북, 달로는 음력 10월에 해당하며 이 시각과 방향에서 오는 사기(邪氣, 주술적으로 나쁜 기운)를 막아주는 동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돼지는 예로부터 제천의식의 제물로 사용돼 제의(祭儀)의 희생을 의미하는 동시에 신통력이 있는 영물, 길상의 동물로 길조를 나타내며, 한꺼번에 많은 새끼를 낳는 습성 때문에 다산과 풍년의 상징인 동물로 재물과 다복을 대변하기도 한다. 하늘에 제사지내기 위한 신성한 제물로 돼지를 사용한 지명의 유래를 살펴보면 ‘사직’, ‘돗진’, ’‘이배산’ 등이 있다.

창원시 돝섬 황금돼지상.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돝섬’은 가락국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이 사라진 후 사람들을 괴롭히는 황금돼지로 변했고, 그 후 괴이한 빛이 돼 이 섬으로 날아가 돼지가 누운 모습의 섬이 됐다고 전해진다. 이 섬에서 염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와 섬에 있는 황금돼지상도 이러한 전설과 관련이 있다.

경기 이천시에는 옛날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던 효자가 절벽에서 약초를 뜯던 중 산돼지 울음소리가 들려 올라가 보니, 효자의 몸에 매달았던 밧줄이 바위모서리에 긁혀 끊어질 지경이 됐음을 보고 돼지울음이 효자를 살렸다 해 저명산(猪鳴山, 도드람산)이라 칭했다는 전설도 있다.

돼지가 항상 복을 상징하는 것만은 아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동물로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돼지는 두려움과 근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경북 의성군 ‘도직골’, 경북 문경시 ‘돌마래미’, 강원 삼척시 ‘돗밭골’ 등 돼지가 많이 나타나 농작물에 피해를 줘 유래된 지명도 있다.

또한, 마을의 형상이 돼지머리, 돼지코 등을 닮았다고 해 유래된 지명도 있다. 충남 보령시 ‘도투머리’, 충남 태안군 ‘둔두리‘는 마을 모습이 돼지머리처럼 보인다 해 유래됐다.

유기윤 국토지리정보원 원장은 “2019년 기해년은 여느 해보다 복이 가득한 황금돼지의 해로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행운이 넘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면서 “우리의 삶이 밀접하게 녹아있는 지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문화유산으로 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 삼척시 돗밭골 일대.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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