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 업계 쪼그라드는데..롯데정보통신, 결제중계업 진출 왜?

유현욱 기자I 2018.09.04 07:00:00

베트남·인니 등 해외진출에 방점
PG겸업 롯데멤버스와 연동할 듯
"유통공룡發 업계 재편 '조짐'도"

서울 금천구 롯데정보통신 사옥 전경. (사진=롯데정보통신)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이 밴(신용카드등부가통신사업자·VAN) 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밴 업계는 롯데정보통신이 대기업그룹 계열사인 만큼 국내시장을 잠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3일 금융당국과 밴 업계에 따르면 롯데정보통신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밴 사업 등록을 신청해 지난달 14일부로 업무를 개시했다. 롯데정보통신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밴 사업에 진입할 수 있다는 속내를 내비쳐 왔다. 마용득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는 지난 2016년 11월 열린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현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e-커머스 도입, 전자결제(PG·VAN) 등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밴 사업 등록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결격 사유가 없고 자본금과 시설·장비 및 기술능력 등 요건을 충족하면 돼 허들이 낮은 편이다. 이에 롯데정보통신은 적절한 시기를 재고 있다가 코스피 상장을 즈음해 가속 페달을 밟아 등록 절차를 마무리했다. 롯데정보통신 등장으로 금감원에 등록된 밴 업체는 총 25개사로 늘었다. 상위권 13개사가 시장을 주도하는 업계 지형 역시 롯데정보통신을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13개 밴사 전체 순이익은 1797억원, 전체 자산은 1조9966억원 수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밴사는 전체 밴 매출의 99.4%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문제는 밴 업계가 △수수료 체계 개편 △핀테크 업체의 영역 침투 △수수료 부담 제로 페이 등 추진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 와중에 리베이트 금지로 대형 가맹점이 직접 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롯데정보통신을 시작으로 현실화한 것이다. 지난 2016년 4월 시행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에 따라 대형 가맹점은 밴사나 밴 대리점으로부터 일절 보상금, 물품 등을 받을 수 없다.

롯데정보통신은 롯데그룹 계열사의 오프라인결제 업무를 전담한다. 이 때문에 롯데정보통신은 밴사들에 절대 갑(甲)으로 군림한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2011년 제이티넷, KIS정보통신, 코밴, 나이스정보통신 등 4개 밴사를 대상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며 최초 제안요청서와 달리 입찰 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3억8400만원상당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게 한 적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로부터 2년 뒤 이러한 사실을 적발하고 롯데정보통신에 시정명령과 함께 2억4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 같은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롯데정보통신은 등록신청서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롯데그룹이 진출한 해외 국가에서 결제대행 업무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함께 첨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대기업이 골목상권 격인 밴 사업을 영위한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또 롯데그룹 내 일감을 싹쓸이할지 모른다는 의혹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통공룡 롯데그룹은 계열사별로 운영 중인 온·오프라인 지급결제대행 업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롯데멤버스가 지난해 10월 금감원에 전자결제대행(PG)업체로 등록한 게 그 시작이다. 이를 밴 업체로 등록한 롯데정보통신과 연동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밴 업계에서는 차근차근 진행되는 롯데그룹의 움직임에 좌불안석이다. 한 상위권 밴 업체 관계자는 “현재 거래 중인 롯데정보통신과 관련해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유구무언’이란 표현으로 업계 분위기를 요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밴 업체 관계자는 “정부·카드사·대형 가맹점 등이 전방위적으로 조여와 숨 막힐 지경”이라며 “각사가 파급 효과를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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