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막례 할머니다!”
대여섯명의 한국 기자들은 한 할머니를 향해 뛰어갑니다. 손녀와 함께 온 박 할머니는 서울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보통의 할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현지 외국인들은 의아하게 쳐다봤습니다. ‘보통의 할머니 모습인데 저 동양 기자들은 왜 저럴까.’
할머니와 몇 마디 말을 나누고 온 기자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줬습니다. 박 할머니와 찍은 사진입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유튜브 스타라고 해도, 그곳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 박 할머니는 화제의 인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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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보면 끊을 수 없는 마성의 매력, 72세 크리에이터 인생은 아름다워.’
박 할머니의 유튜브 채널 부제입니다. 올해 6월 기준 유튜브 구독자 수 44만명 정도로 수많은 크리에이터 중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참고로 유튜브 구독자 1만 이상이 부업, 10만 이상이 전업의 기준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박 할머니의 유튜브 채널은 전업을 넘어 고소득 전업자 대열에 합류한 것이지요.
박 할머니가 유튜브 시작 목적은 치매 예방이었습니다. 손녀가 할머니의 영상을 촬영하면서부터였지요. 박 할머니는 그 전까지 평생 식당 일을 했습니다. 자식과 가족을 위해 살다가 일흔 나이에 자신만의 인생을 살게 된 것이지요. 한국 대표로까지 구글 행사에 갈 정도가 됐습니다.
박 할머니의 영상은 거침없고 솔직합니다. ‘계모임 갈 때 메이크업’, ‘용인 시내 요즘 것들 메이크업’ 등 할머니의 시선에서 본 독특한 콘셉트의 콘텐츠입니다. 고령의 나이에 카약 타기, 파스타 먹기 등에도 새로운 도전을 하곤 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볼 수 없었던 감동이 박 할머니의 채널에는 있었습니다.
박 할머니의 노력은 세대간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습니다. 지난 28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까지 받았습니다. 정보 문화 격차와 ICT 역기능을 해소한 모범 사례로 박 할머니의 유튜브 채널은 꼽혔습니다.
박 할머니를 무섭게 추격하는 또 다른 할머니 유튜버가 있습니다. 김영원 할머니로 올해 연세 여든입니다. 김 할머니도 박 할머니 사례와 유사하게 손녀가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할머니와의 추억을 남기기 위한 목적이였지요.
김 할머니의 주된 콘텐츠는 ‘먹방’입니다. 할머니가 식사하는 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기도 합니다. ‘신전 떡뽁이’, ‘머랭쿠키’, ‘타이거 새우 버터구이’ 등 김 할머니가 보인 음식 맛에 대한 표현은 꽤 매력적라는 평가입니다.
김 할머니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약 15만명, 누적 조회수 약 1200만회입니다. 취미를 넘어 전업 수준으로 올라선 것입니다.
유튜브 외에 인스타그램에서도 활동하는 실버 크리에이터가 있습니다. 패셔니 스타로 소문난 여용기 할아버지(65세)와 ‘손자 바보’ 이찬재 할아버지(76세)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할아버지들은 젊은 세대들로부터 ‘멋지다’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노년기 쓸쓸하게 보내는 할아버지들이 많지만, 이 분들은 제2, 제3의 인생으로 젊은이 못지 않은 왕성한 에너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닉 우스터’로 불리는 여용기 할아버지는 인스타그램 구독자가 5만 2000명 정도 됩니다. 부산 남포동에서 재단사로 일하는 여 할아버지는 본인이 직접재단한 옷을 인스타그램에 선보이고 공유합니다.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부산 바닥에서는 소문이 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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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말부터 매일 하루에 그림 한장씩 올리다보니 손자를 위한 그림은 약 500여장 정도됩니다. 팔로워는 38만명 가량입니다. 그의 인스타그램은 영국 BBC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갤럽이 발표한 2012~2017 스마트폰 사용, 사이버 공간에서의 읽고 쓰기에 따르면 작년 7월 기준 만 65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 비율은 45.7%로 나타났습니다. 5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인터넷 노년 사용자들이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실버’ 크리에이터 수는 적습니다. 그럼에도 이 분들은 젊은이 못지 않은 ‘감각’으로 유튜브·SNS 스타가 됐습니다.
이 분들이 스타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첫번째는 구독자들과의 소통. 그 다음으로는 구수하지만 솔직한 매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처럼 시간과 기술이 필요한 콘텐츠는 손녀 등 친인척의 도움이 컸습니다.
가장 큰 비결은 꾸준함입니다. 여기에 ‘그림 그리기’, ‘메이크업’, ‘옷 재단’ 등의 특기가 더해지면서 구독자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꾸준함과 특기, 소통 능력만 있다면 나이는 상관이 없다라는 얘기입니다. ‘새로운 시작’은 나이와 성별, 직업과는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