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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태연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남 학동역 인근에서 운전 부주의로 3중 추돌사고를 냈다. 받힌 택시의 승객으로 추정되는 네티즌은 SNS에 태연이 연예인 특혜를 누렸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팬들의 공격을 받았다. 해당 네티즌은 “피해자임에도 가해자의 팬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앞서 유아인, 정준하 등이 당했다. 유아인은 지난달 24일부터 자신을 비난하는 네티즌과 SNS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해당 논란과 무관한 기사에 악플이 달리는가 하면, 그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나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유아인의 SNS 게시물에 지지의 뜻을 드러낸 스타들까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방송인 정준하는 지난 10월 SNS를 통해 악플러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정준하는 2주 전 “10년을 참았다”며 악플러에 대한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오히려 그를 조롱하는 사이트가 생겼다. 역풍을 맞은 정준하는 결국 고소 취하를 결정했다. 이 내용을 담은 기사조차 비꼬는 듯한 일부 댓글이 달렸다.
◇집단행동 조리돌림, 이제 일반인까지
이처럼 익명에 기대 불특정 다수가 특정인을 무조건적으로 비방하는 행동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유명인사에 적용되던 인터넷 조리돌림은 최근 일반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240번 버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즉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단 뜻이다. 인터넷 조리돌림에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 그렇지만 당사자에게 남긴 마음의 상처를 뚜렷하다.
지난 9월 발생한 ‘240번 버스’ 사건은 240번 버스 기사가 어린 아이를 먼저 하차시킨 후 출발해 모자(母子)가 생이별했다는 목격담에서 출발했다. 서울시가 진상조사에 나서기도 전에 네티즌들은 공분했다. 뒤늦게 버스 기사의 딸이라 밝힌 네티즌의 반박글로 상황은 재조명됐다. 목격담을 최초 작성한 네티즌은 정확하지 않은 글에 대해 사과했지만, 240번 버스 기사와 가족의 상심은 달랠 수 없었다.
◇피해자만 남아…‘마녀사냥’ 되풀이
일상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과 인터넷 조리돌림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점은 전자는 가해자가 비교적 뚜렷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240번 버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후 책임을 진 사람은 없다. 인터넷이란 공간이 워낙 광범위하고, 경로를 일일이 추적하는 일은 상당한 노력과 대가를 필요로 한다. 누군가는 공명심에 글을 올리고 옮겼다. 고소를 해도 처벌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그만큼 개개인의 판단력이 중요하다. 2012년 벌어진 ‘채선당 사건’은 식당 종업원이 임산부의 배를 걷어찼다는 인터넷 카페 글에서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해당 식당에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붓는 등 직접적으로 분노를 분출했다. 경찰 조사와 식당 CCTV로 해당 게시물이 거짓임이 밝혀졌다. 식당은 이미 문을 닫은 후였다. 당시 ‘마녀사냥’에 대한 자정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되풀이되고 있다.
무책임한 일부 언론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온라인 게시물을 사실 관계 확인 없이 보도함으로써 인터넷 조리돌림을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언론사 간 과도한 경쟁이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일반인 저격 SNS…어떤 처벌 받나
최근 스타들은 악플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미지를 고려해 일단 참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반인도 다르지 않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은 1만4908건에 달한다. 2014년 8880건과 비교하면 1.6배 증가한 수치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장수혁 가현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명예훼손은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사회적 평가가 하락하였을 때 성립할 수 있다. 명예훼손에 대한 인식이 적극적인 대응으로 강화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사이버명예훼손죄의 입법취지를 왜곡하는 고소 남용에 해당하는 고소인에게는 형사처벌 적용도 가능하다. 무분별한 고소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