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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핀테크 업체가 충분히 담당하지 못하는 수요는 한국 금융사와의 협력을 통해 차이를 메우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 과정에서 상호주의가 존중돼야 한다.”(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
제6회 IFC의 하이라이트인 리다오쿠이 칭화대 중국·국제경제연구센터 소장과 초대 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연세대 석좌교수)간 특별대담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산업의 변화뿐 아니라 중국의 경제, 글로벌 통상문제, 전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시진핑 정부의 경제자문역인 리 소장은 중국 경제를 만성질환자에 비유하며 경제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눈길을 끌었다.
◇韓 금융사들의 역할론…상호주의 필요
전 교수는 중국의 빠른 핀테크 시장의 성장을 주목하며 “중국이 핀테크 비즈니스를 빠른 속도로 만든 추동력(Drive)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리 소장은 “중국에는 부를 축적한 5000만명 정도의 슈퍼 리치가 있지만 이들은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5000만명의 슈퍼리치가 돈을 굴릴 새로운 투자상품을 찾는 과정이 핀테크 붐을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이어 “20년 전에는 친구들과 교류할 때 자동차 얘기를 했고 10년 전에는 부동산 얘기를 했지만 요즘에는 교육과 투자 문제 등을 얘기한다”며 “주말에 이 호텔(베이징 메리어트호텔)에서 이뤄졌던 행사 중 가장 많은 것은 결혼식이 아니라 은행, 보험사, 펀드회사 등 금융기관의 설명회”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수요에 핀테크 기술의 발전이 날개를 달아줬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이러한 금융수요를 한국 금융사들이 어느 정도 충족시켜줄 수 있다며 한·중 금융기관 협력에서 상호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인수했고 우리은행에도 투자했다”며 “하지만 한국 금융기관이 중국에서 지점을 확대하고자 신청해도 승인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좀 더 한국 금융기관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리 소장은 “정책적으로 봤을 때 상호 존중을 하는 게 맞다”고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전략은 차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안방보험은 50%의 자산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 금융은 건전성이 높다”며 “한국 기업이 안방보험의 모델로 투자하려 한다면 비즈니스 모델을 달리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노믹스’ 도전 상당
두 석학은 트럼프 노믹스의 파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전 교수가 트럼프 집권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지적하자 리 소장은 이에 동의하면서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소장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인은 대체로 백인”이라며 “경제위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정체성에 위기를 느낀 백인들이 이 문제를 트럼프가 해결해주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당면과제로 정체성의 문제, 반부패, 무슬림(이슬람교도), 불법이민자문제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트럼프의 개혁은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국경세 부과 등에 대해 월마트 등 소매업체 등이 이미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에 감세, 국경세, 인프라 투자 등은 연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올해 8월쯤 되면 트럼프가 공약을 이행할 수 없다는 것에 월가가 실망감을 드러낼 것”이라며 “여기에 9월 정도 연준이 3차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미국 증시는 조정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中 경제 만성질환자…근본적 치유 해야
중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관련, 전 교수가 중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에 질문을 던지자 리 소장은 중국 경제를 만성 질환자에 비유했다. 그는 “부채와 부동산 등 중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는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다”며 “중국은 부채비율(NPL)이 굉장히 높은 상태로 기업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 수준이고 부동산 거품 문제는 10년은 더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재정적자와 실업률에 대해선 오히려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위기였던 1999년과 비교하면 중국 지방재정은 좋아졌고 대손충당금도 GDP의 7% 수준이어서 당장 문제가 터지지 않으리라 내다봤다. 또 매년 800만명의 대졸자가 나오고 있지만 이들이 ‘블루컬러’ 직업을 꺼리기 때문에 실업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근로자, 택배기사 등은 오히려 구인난을 겪는 상태로 실업률의 실체가 예전과 다르다는 얘기다.
리 소장은 “중국 경제에 문제가 있고 이를 개혁해야 하지만 단기간에 치유는 어렵다”며 “한의학적 접근처럼 천천히 근본적인 치유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FC특별취재팀 송길호 부장, 권소현·문승관 차장, 장순원·노희준·전상희 기자(금융부), 김영수 차장(IB마켓부), 피용익 차장(정경부), 김대웅 베이징 특파원, 노진환·방인권 기자(사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