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알리안츠그룹이 당초 계획된 알리안츠생명 유상증자 규모를 대폭 줄였다. 자본건전성 기준을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만을 충족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알리안츠그룹은 최근 알리안츠생명의 신주 10만주를 인수하는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앞서 알리안츠생명 이사회에서 1870억원 규모의 구주주(알리안츠그룹)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초 계획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의 증자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이사회에서는 1870억원의 증자를 결정했지만, 본사에서 500억원만 지급한 것은 사실”이라며 “계약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사회 결의와 실제 증자 규모에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지난 4월 알리안츠그룹과 중국 안방보험이 맺은 주식매매계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계약에서 알리안츠그룹은 알리안츠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150% 이하로 떨어질 경우 1870억원 한도 내에서 증자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에게 자본건전성 확보를 위해 RBC비율 150%를 권고하고 있는 만큼, 매각 전 최소한의 자본만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말 기준 알리안츠생명의 RBC비율은 200.7%로 업계 평균(297.1%)을 밑돈다. 여기에 새로운 회계기준(IFRS17)에 맞게 강화된 RBC제도가 순차적으로 적용될 경우 이 수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안츠그룹의 결정과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새로운 감독기준이 적용됐을 때 알리안츠생명이 적정 RBC비율을 맞추기 위해선 500억원 가량이 필요했던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추가 증자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안방보험은 지난 8월 알리안츠생명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요청했지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안방보험에 중국 현지에서 행정조치를 받았는지와 건전성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증명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는데, 아직 해당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국에서 서류가 도착하지 않아 적격성 심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동양생명 인수 당시에도 3개월 가량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