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리프 시승기 - 서울 도심에서 만난 글로벌 베스트 셀링 전기자동차

박낙호 기자I 2016.08.17 06:06:08
[이데일리 오토in 박낙호 기자] 닛산 리프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글로벌 전기차’ 아이콘이다.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이자 전기차 대중화, 보급의 시작을 알린 차량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한국닛산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리프 판매를 펼치고 있는데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르노삼성 SM3 Z.E. 및 국내의 전기차와 BMW i3 등과 경쟁하고 있다.

2016년 8월, 무더위가 이어지는 서울 도심에서 닛산 리프를 만났다.과연 닛산 리프는 제주가 아닌 서울에서는 어떤 매력을 뽐내고전기차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닛산 리프는 콤팩트 해치백의 형상을 하고 있다. 전장은 4,445mm이며 전폭과 전고는 1,770mm와 1,550mm로 콤팩트 해치백의 대명사인 골프와 비교했을 때 전장이 200mm 가량 길지만 전폭은 30mm가 좁다. 휠 베이스는 2,700mm로 전장 대비 긴 편이다. 한편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만큼 차체는 다소 높아 1,550mm에 이르지만 차량 중량은 1,520kg로 묶어냈다.

세련된 디자인의 콤팩트 해치백

닛산 리프는 하이브리드 모델 같이 일반 양산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고 설계 및 개발단계부터 전기차 전용 모델로 개발된 만큼 기존 닛산의 차량과 다른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품으며 ‘닛산 리프’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전기차를 상징하는 푸른색을 입은 닛산의 엠블럼을 시작해 툭 튀어나온 차량의 전면부와 후면부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여기에 쥬크가 무색해질 만큼 과감한 돌출된 헤드라이트 유닛은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LED 램프를 적용했다. 한편 보닛과 윈드쉴드 사이에는 공기의 흐름을 다듬는 핀들이 자리한다.

측면에서는 전형적인 해치백의 실루엣을 품었지만 전면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기술적 테크닉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사이드 미러를 A필러가 아닌 윈도우 라인 하단에 배치하여 공기저항을 줄였으며 숄더 라인 위쪽의 부피를 줄이고 루프라인을 매끄럽게 다듬어 공기 저항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는 노력을 담아냈다.

후면은 독특한 C필러의 디자인과 후면 돌출된 후면 디자인의 측성에 맞춰 상하로 길게 자리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공기 저항을 고려한 단조로운 디자인의 리어 범퍼가 적용되었다.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전기차의 이미지를 강조하듯 클리어 타입이 적용됐다. 전면 디자인에 비하면 차분해 보이지만 푸른 차체와 함께 도로 위에서 타인의 시선을 받기엔 충분하다.

간결하게 구성된 실내 공간

푸른 차체의 도어를 열고 실내를 살펴보면 닛산 리프의 제 1 목표가 효율성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단조로운 구성의 대시보드와 필요한 기능만 집중시킨 센터페시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다소 휑하고 저렴하게 느껴진다. 특히 동그랗게 성형된 기어 노브의 디자인은 차량의 정체성을 그 어떤 차량보다 명확히 드러낸다.

물론 BMW i3이나 아이오닉 일렉트릭처럼 최근에 데뷔한 모델의 경에 실내 공간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데 앞으로 리프 역시 경쟁력 항상을 위해 다양한 개선이 이루어질 것 같아 보인다. 특히 경쟁 모델들이 다양해지면서 전기차의 기준이 단순히 효율성과 지속성에 머무르지 않고 디자인과 패키징 등 다양한 요소를 살펴보는 등 다양한 기준을 가지게 되는 만큼 리프 역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고 효율적으로 꾸민 공간을 채우는 고유한 디자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 너머에 자리한 계기판은 두 단으로 나누어 상당에는 현재 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속도계를 배치하고 전통적인 계기판의 자리에는 전기 모터의 구동력 활성화 정도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계기판의 주요 컬러를 푸른색을 활용하여 독특한 존재감을 강조한다.

차량 하부에 배터리를 적재한 만큼 전고가 높아졌으며 기본적인 시트 포지션이 넓은 건 사실이다. 1열 공간에 적용된 시트 크기가 큰 편은 아니지만 미국 시장을 고려한 만큼 성인 남성이 타기엔 큰 불편함이 없고, 넓진 않지만 부족하진 않다. 다만 2열 공간은 내연기관을 탑재한 콤팩트 해치백들과 비교했을 때 좁고 헤드룸이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이상 주행에서 성인 남자 네 명을 태우기엔 큰 어려움이 없어 운영에서의 실용성이 돋보인다.

끝을 끌어 당겨 마무리하고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길게 배치한 디자인 덕에 트렁크 테일 게이트의 좌우 폭이 넓지 않아 트렁크 적재 공간의 부족이 예상되었으나 막상 트렁크 바닥 깊이가 충분하고 높은 전고를 활용해 370L 수준의 적재 능력을 갖췄다. 또 유사 시 2열 시트를 폴딩하여 추가적인 적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검증된 리프의 EV 시스템

리프의 EV 시스템은 다른 경쟁 모델 대비 특출나게 뛰어난 출력을 자랑하거나 뛰어난 효율성을 과시하지 않는다. 실제 출력 부분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기 보다는 리프라는 체격에 알맞은 정도의 출력을 낸다. 리프는 최고 출력 80kW(109마력급)과 25.9kg.m의 토크를 발휘하며 최고속도는 145km/h다. 24kWh 리튬 이온 배터리를 통해 1회 충전시 132km를 달릴 수 있다.(복합 5.2km/kWh 도심 5.7km/kWh 고속 4.2km/kWh)

완성도 높은 전기차를 즐기다

주행을 위해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리프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았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어보니 내연 기관 자동차와 달리 고요하게 ‘기동’하는 리프를 확인할 수 있다. 지하 주차장의 고요함 어울리는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전기차의 숙제라 할 수 있는 ‘고주파음’은 여전히 거슬린다. D로 기어를 옮기고 주행을 시작했다.

도로에 오르자마자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아봤다. 기다렸다는 듯 속도계 숫자가 치솟으며 경쾌한 가속을 자랑한다. 엔진의 RPM을 끌어 올려야 출력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내연기관과 달리 곧바로 최대 출력을 끌어 낼 수 있는 전기차의 특수성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발진 시 저항감 역시 덜하다. 덕분에 가속하는 느낌은 마치 모노레일처럼 매끄럽다. 중고속 영역에서도 확실한 출력 전달 능력을 과시하며 착실히 속도를 끌어 올리는데 고속으로 올라가면 조금씩 힘이 부치는 것이 느껴진다.

다만 엔진 및 배기 사운드의 부재를 비롯해 운전자가 느끼는 감각적인 만족도는 다소 부족한 편이다. 이 허전함은 전기차가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감성의 영역이자, 반대로 운전자가 적응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모터로 구동되는 만큼 가속 상황에서의 소음은 크지 않지만 고주파음과 중고속 이후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다소 아쉬운 편이다.

BMW i3와 마찬가지로 차체 하부에 배터리를 배치한 만큼 차량의 움직임은 만족스럽다. 도심 속 이동과 수송에 초점을 맞춘 차량이지만 닛산 브랜드 특유의 스포티한 감각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특히 스티어링 휠의 조작 감각은 정교하면서 기민하여 다루는 맛을 배가시키며 실제 움직임 역시 경쾌하여 순간적인 차선 변경과 같은 움직임도 능숙하게 이행한다.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만큼 차량의 움직임에서 있어 독특한 경험을 자주하게 된다. 지하 주차장처럼 표면 처리되어 있는 곳을 지나던 중 미끄러운 노면을 지날 때에는 ‘드드득, 득-득,’ 하는 전기 모터의 작동을 조절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엔진, 배기 사운드가 없는 만큼 행인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지날 때에는 조금 더 조심하고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내연 기관 자동차 대비 짧아서 평소 주행 시에도 계속 배터리 잔량과 주행 가능 거리를 확인하게 된다. 에코 모드의 힘을 빌리고 에어컨 가동을 조절하면서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주행 거리를 확연하게 증가시킬 수 있어 운전자로 하여금 효율적인 주행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

실제로 시승 기간 중 강서에서 완전 충전을 하고 자유로를 통해 임진각까지 이동한 후 다시 방향을 돌려 서울로 들어와 서울대입구 인근까지 주행하며 주행 거리 테스트를 진행해보았는데 서울대입구 인근까지 총 120km를 달린 후 추가로 달릴 수 있는 주행 거리가 25km(배터리 잔량 18%, 평균 전비 7.9km/kWh)가 기록되어 주행 환경과 습관 등에 따라 주행 거리가 달라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수한 상품 대비 아쉬운 인프라

이번 시승을 하며 어려웠던 점은 역시 충전 인프라의 부재와 전기차 및 자동차 문화 발전의 부재였다. 주행 거리 테스트 및 시승을 하면서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한 완속 및 급속 충전기를 활용하게 되었는데 사용을 위해 찾았던 4대의 충전기 중 3대는 기기 이상인지 사용이 불가능했고 그나마 대형 마트에 위치한 완속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형 마트에서는 충전 전용 주차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중 주차를 하는 얌체족을 만나 한참을 기다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와 함께 충전 전용 주차면에 일반 차량을 주차한 또 다른 운전자는 미안함을 드러내며 “전기차 전용 주차면이 있느냐?”라며 놀라워하기도 하며 “(전기차 관련 정책)홍보가 부족하고 제대로 표시가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닛산 리프의 경우 규격 경쟁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있다. 전기차는 충전 포트 규격이 다양한데 DC 차데모, DC 콤보(1), AC 3상 등이 주요 규격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 중 리프가 DC 차데모를 규격을 사용하고 있는데 DC 차데모를 사용하는 유일한 차량이다.

반면 BMW i3와 쉐보레 스파크EV는 글로벌 규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차고 있는 DC 콤보(1) 방식을 사용하며 기아차 쏘울EV와 레이EV 역시 마찬가지다. 한편 르노삼성 SM3 Z.E. 역시 AC 3상을 유일하게 사용하지만 제주도를 비롯해 전기 택시 보급 프로젝트를 통해 리프 대비 충전소 및 인프라 확장에 유리한 상황이다.

좋은 점

매끄러운 가속력과 주행 상황에 따라 늘어나는 주행 거리

안좋은 점

인프라의 부재, 경쟁 모델들의 빠른 발전으로 인한 노후화

새로운 반전이 필요한 닛산의 전기차 프로젝트

닛산 리프는 분명 전기차가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한 선봉장이다. 하지만 시대는 흐르고 후발주자들의 빠른 성장과 추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리프는 꾸준한 판매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뽐내왔다.

하지만 어느새 1회 충전 시 2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전기차들이 속속 개발되고 출시를 앞두고 있고, 인프라 확장과 함께 상품성과 경쟁력을 키운 모델들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리프 역시 배터리 추가팩을 더하며 주행 거리를 늘린 주행 거리 연장 모델을 선보이고는 있지만 획기적인 반전 포인트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닛산은 어떤 새로운 타개책을 꺼낼지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