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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불법체류 외국인 강제 구금 위헌 판정 각하

성세희 기자I 2016.05.03 06:00:00

난민 인정신청 이란인, 장기간 외국인 보호 시설에 갇혀
이란인 "보호란 명문으로 사실상 장기 구금" 헌법 소원 제기
헌재 "난민 인정돼 시설에서 나와…해당 조항 심판 필요 없어"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구 출입국관리법 법률’ 헌법소원 심판을 진행해 재판관 5(각하)대 4(위헌) 의견으로 각하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헌법재판소가 격론 끝에 불법 체류한 외국인 등을 시설에 보호하는 법률 조항이 헌법에 반하는지를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보호 시설에 있던 불법 체류 외국인이 난민 불인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해 보호 시설을 나온 만큼 해당 법률의 위헌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헌법재판소는 ‘구 출입국관리법 법률 제63조 제1항’ 헌법소원 청구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각하했다고 3일 밝혔다. 각하는 법률이 정한 일정한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해 헌법 소원과 위헌법률 심판 등을 청구한 이유 등을 따져 볼 필요 없이 심리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이 조항은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나 외국인보호소장이 불법 체류 등으로 강제 퇴거 명령한 외국인을 대한민국 밖으로 내보낼 수 있을 때까지 해당 인물을 시설에 보호하도록 규정했다.

이란 국적인 자바헤리니아는 1997년 9월 단기 체류 비자로 우리나라에 입국해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자바헤리니아는 2003년 3월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장에게 난민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는 2005년 출국 권고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이란난민국제연맹 한국지부 대표를 역임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종교 활동을 하면서 불법 체류했다.

자바헤리니아가 2012년 10월 난민 인정 신청을 다시 청구하자 출입국관리소장은 ‘구 출입국관리법 법률 제63조 제1항’에 따라 그를 외국인 보호시설에 보호했다. 출입국관리소장은 그해 11월 자바헤리니아에게 불법 체류했다는 사유를 들어 강제 퇴거와 출국 때까지 보호명령을 내리고 난민 인정 신청을 기각했다.

자바헤리니아 측은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한 사이에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외국인 보호시설에 사실상 구금해 신체의 자유를 제한했다”라며 “이 조항이 장기나 무기한 구금을 가능하게 하므로 적법 절차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난민 불인정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내는 동시에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4년 자바헤리니아의 난민 불인정 처분을 취소하고 대법원이 이 판결을 확정했다. 외국인 보호시설에 있던 자바헤리니아는 난민으로 인정돼 보호 시설에서 벗어났다. 이에 따라 헌재는 자바헤리니아가 이미 시설을 나왔으므로 헌법에 어긋나는지 판단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하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이정미 재판관 등 4명은 “이 법률 조항이 과잉금지원칙과 적법절차원칙에 반하므로 자바헤리니아가 누려야 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이 조항 때문에 기본권 침해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면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각하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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