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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총선]하루 3만보는 기본"..손발 묶인 예비후보 유세법

이성기 기자I 2016.03.09 06:00:40
‘4·13총선’ 서울 양천갑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이기재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지난 1일 목2동 시장 골목을 돌며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글·사진=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하루 3만보 걷기’가 목표입니다.체력 닿는 데까지 부지런히 움직이는 수밖엔 없죠.”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인 ‘4·13총선’ 서울 양천갑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이기재(48)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최종 후보 선정에)일반 유권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 지역 주민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는 게 최선”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스마트폰 만보기를 보니 전날 이동 거리 역시 3만보(약 21㎞)를 훌쩍 넘겼다.

3·1절인 이날도 이 예비후보는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오전 7시 반 양천구 등산연합회 시산제, 오전 8시 새마을금고 산악회 시산제 인사를 시작으로 강행군을 시작했다.

오전 9시부터는 캠프 관계자들과 선거 전략을 논의한 뒤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지지자인 지역 주민들이 추려 준 핸드폰 번호 리스트를 보며 수화기를 들었다. “원희룡 의원 보좌관 출신 새누리당 예비후보 이기재입니다. 이번달 여론조사가 있는데 꼭 좀 눌러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수십, 수백번 같은 말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목에서 쇳소리가 났다.

점심은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김치찌개로 간단히 해결했다. 오후 1시부터는 계모임, 어머니회 등 각종 모임의 지지자들과 면담이 이어졌다. 수행비서인 안종화(29)씨는 “원래 두개 팀을 만나기로 돼 있었는데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어느덧 시계가 오후 3시를 가리켰다. 목동 현대백화점 앞 거리유세가 예정돼 있었는데 조금 늦어졌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십니까 이기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목청을 높이며 백화점 손님과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선거사무원 2명은 근처에서 예비후보자 명함을 돌렸다. 현행 선거법상 명함 이외 홍보물 배포는 금지돼 있다. 안씨는 “예비선거기간에는 유인물 종류, 선거 인원 등 제한하는 게 많아 팔다리가 묶여 있다”고 푸념했다.

학교 입학식·졸업식 때 내빈으로 참석해 축사 형식 연설도 가능한 현역 의원에 비해 일반 예비후보는 관공서나 학교 등에 출입 자체가 안 돼 입구에서 명함만 나눠준다. 현역에 비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오후 5시쯤 꽃샘추위 탓에 조금 일찍 사무실로 돌아왔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RDD방식(random digital dialing·무작위 전화걸기)의 지지호소를 이어갔다. 안내멘트를 들은 뒤 동의한 유권자들과 통화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오롯이 후보자의 몫이다.

저녁 7시부터는 목2동 시장 골목을 누볐다. 홀로 가게에 들어가 지역 주민들에게 명함을 주고 눈도장을 찍는다. 이 예비후보의 집이 시장 근처인 덕에 알아보는 얼굴이 많다. 이 예비후보는 “시장을 다니다보면 주민들이 술잔을 건네는 일이 많다”며 “밤 11시에도 술 마시자고 찾는 전화가 올 정도”라고 했다. 한번은 새벽 1시에 전화가 와 집에서 다시 나온 적도 있다고 했다.

“‘스마트 시대’라고 해도 직접 얼굴 맞대는 것만 하겠습니까. 자주 보고 얘길 나누는 게 최선입니다.” 오후 11시가 다 된 시각, 이 예비후보의 목소리는 어느새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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