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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20개월된 딸내미는 점점 사람이 돼가고 있다. 10개월 즈음부터 “이거”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의사소통을 해오던 아이가 어느날부턴가 ‘빵, 똥, 까까’와 같은 단어를 구사하더니 이제는 “빵 또줘, 이거 아니야” 같은 문장까지 만드는 경지에 이르렀다.
의사소통이 되니 점점 더 사랑스럽다. 주말 동안 아이랑 지내고 월요일에 출근하면 한참 동안 아기 얼굴이 아른거린다. 퇴근한 엄마에게 전속력으로 달려나와 방방 뛰는 아이를 생각하면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날 반겨준 사람이 또 누가 있었겠나.
체력은 여전히 저질이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삶도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점점 더 편해질 것이란(적어도 체력적인 면에서는) 선배들 조언이 무슨 뜻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은 요즘이다.
나름 평온한 삶을 살고 있는 내게 딱 한가지 귀에 거슬리는 말이 있다. 지나가던 어르신들 혹은 주변분들이 툭 건네는 한 마디.
“이제 둘째 가져야지?” “둘째는 언제 가질거야?”
으레 건네는 말이라는것 나도 안다. 하지만 워킹맘에게 ‘둘째는 곧 퇴사’가 정설이다. 하나도 꾸역꾸역 키우고 있는데 둘째라니.. 나와 같이 육아의 짐을 나누고 있는 남편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식이 많으면 당연히 행복도 커지겠지만, 한 명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가고 있는 터다. 임신과 입덧, 출산과 수유, 잠못자는 나날들..생각만으로도 확 늙는 것 같다.
육아휴직을 또 해야하는 것도 문제다. 고작 1년 쉬었을 뿐인데 동기들은 저만치 앞으로 나가있다. 경력을 하루빨리 갖추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하는 상황에서 또 휴직은 내게 더 큰 상실감만을 안겨줄 게 뻔하다. 사실 낳는건 열명도 낳겠다. 누가 키워만 준다면 말이다.
이런 내게 본인들이 키워줄 것도 아니면서 너무나 당연히 둘째를 낳아야 한다는 말은 욱한 감정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어쩌면 둘째에 대한 부담이 나도 모르게 짜증으로 표현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엄마, 아빠가 아무리 열심히 놀아줘도 혼자서 외롭게 놀고 있는 아이를 보고있자면 마음 한켠에서 ‘동생 만들어줘야 하나’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몸이 아플 땐 더하다. 죽을 것처럼 한 번 앓고나면 예전 같으면 ‘아파 죽겠다’가 끝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니 ‘내가 빨리 죽으면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지는 내새끼는 어쩌나’ 걱정부터 든다. 그럴 때면 마음 의지할 형제가 있어야 하나..또 올라온다.
애써 구겨넣은 둘째 생각, 아직은 선뜻 용기가 안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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