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조용히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서 증권시장은 바람잘 날 없는 날을 맞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삼성그룹이 하루도 넘어가지 않고 시장을 흔들어대고 있다.
지난 14일 상장된 삼성SDS(018260)는 이번주 초반 증권가의 모든 이슈를 장악했다. 상장 첫날부터 거래가 폭발하면서 증시의 유동성을 흡입한 것도 모자라 지난 25일에는 대형주의 움직임이라고 보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지분 매각 추진 보도가 나오자 장 중 한 때 7%대 급락했다. 그러나 장 마감과 동시에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편입 호재로 외국계 창구에서 매물이 급유입되며 6%에 가까운 상승세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리고 어제(26일)는 삼성테크윈을 중심으로한 방산과 화학 패키지 매각으로 뜨거웠다. 이날 아침 삼성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가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와 경영위원회를 열고 삼성테크윈 지분 32.4%를 8400억원에 (주)한화로,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자사주 제외)를 1조600억원에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로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삼성테크윈은 하한가로 고꾸라졌지만 현금 실탄을 마련한 삼성그룹주는 강세를 보였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장 마감 후 삼성전자는 보통주 165만주와 우선주 25만주 등 총 2조1932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장내 매수 방식으로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시간외 거래에서 5% 급등했다. 오늘 역시 증권가의 호평을 받으며 장을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다음달 초 제일모직 상장이 예정돼 있다. 또 삼성물산 역시 삼성테크윈 매각으로 현금 보유고를 두둑하게 보탠 상태라 이 자금을 어떻게 사용하며 그룹 가치를 올릴 지도 주목할 만하다.
간밤 뉴욕증시는 소폭 상승했다. 소비심리지수나 신규주택지수 등 지표는 부진했지만 빅터 콘스탄시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가 국채 매입에 언급이 주효했다. 또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의장이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3년간 최소 3150억유로를 동원해 경기 부양을 하겠다고 말했다. 당분간 유동성도 풍부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훈풍과 함께 이제 막 시작되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관련 이슈에 주목하며 12월을 준비해야 할 때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다소 혼란스럽겠지만 주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만큼 긍정적인 시선으로 장을 바라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