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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th SRE]화려한 반등 가능할까

정태선 기자I 2013.11.13 07:00:00

조선업, 업황 회복 기대에도 실적은 ‘따로’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조선주의 주가는 올 하반기 들어 반등에 나선 후 9월부터 10월까지 가파르게 뛰었다. 수주량, 선가, 수주잔량이 늘어나면서 조선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단기 급등을 두고 실적 대비 주가 흐름을 확인하고 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조선업황의 반등 신호가 나타나고 있으며, 내년에 최소한 하방경직성은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 조선사의 실적이 속속 드러나면서 조선주가는 11월 들어 조정기를 맞고 있다.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데다 52주 신고가를 돌파하며 달려온 피로감 탓이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현대중공업은 3분기 매출이 13조138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0.5% 줄었고, 영업이익은 2224억원으로 62.5%나 급감했다. 순손실도 12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조선업체 실적은 최근 2~3년 전 수주 물량을 반영하는 특성이 있어 당분간 조선부문 실적 하락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빅 3사, 3분기 실적 ‘먹구름’

증권업계는 11월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중공업이 매출액 3조7118억원, 영업이익 2634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각각 8.5%, 19.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18.0% 증가한 3조7422억원, 영업이익은 11.8% 감소한 1043억원으로 전망했다. 조선 ‘빅 3사’ 모두 적게는 11.8%부터 많게는 48.3%까지 영업이익이 일제히 하락할 것으로 시장 기대치가 모아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가 흐름이 다소 주춤할 수 있지만 강세 기조의 방향성을 틀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불황기 때 수주한 저가 물량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저가로 수주했던 물량이 3분기에 집중되면서 조선 3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이 일제히 하락했다는 진단이다. 당시 낮은 가격을 내세운 중국 조선소들과 경쟁으로 신조선가는 일제히 추락했다. 또 이 기간 국내 조선소들이 선박 도크를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저가로 수주에 뛰어들면서 선박 가격 하락폭 역시 커졌다. 손익 분기점을 맞추기도 어렵지만 생산 현장을 놀릴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물량을 잡은 사례도 많았다. 여기에 올 여름휴가와 추석연휴로 조업일수가 부족했고, 환율하락 여파가 더해져 실적 부진을 재촉했다.

◇조선사 주가, 미래 보고 오른다

신조선가가 2012년까지 하락세를 보인 만큼 조선부문의 수익성 하락은 내년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인도지연 물량을 포함한 호황기 수주물량은 대부분 소진됐고, 올 초부터는 불황기 수주물량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수주 시점과 선박 인도 시점의 차이가 2년가량 난다. 실제 조선업의 선가 하락은 2008년 말부터 시작됐지만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은 2011년까지 이어졌다. 다만 현재 선박 수주량이 증가하고 신조선가가 상승하는 등 조선업의 회복 징후들은 계속 나타나고 있어 조선업 회복에 관한 기대감은 여전히 살아있다.

올 하반기부터 시작한 선가 상승 효과는 2015년부터 반영되며 실적 턴어라운드를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저가 물량이 매출에 반영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보다는 수주와 선가의 방향이 주가 흐름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보다는 미래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얘기다. 그동안 조선사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충분히 낮아진 점도 미래가치에 더 반응할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 5곳의 통합 영업이익 전망치는 올 하반기 들어 14.2% 하향 조정됐다. 3분기 들어서만도 6.22% 축소된 상황이다.

이강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계의 실적은 대부분 전분기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수주 증가가 실적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2~3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014년 하반기 이후에나 실적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아직 개선되지 못한 실적과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최근 조선업 주가 상승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조선업 주가 상승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조선업계 훈풍 믿어볼까

조선업 회복의 징후들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해양조선 등 빅 3의 신규수주는 목표치를 충분히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다. 10월 말 기준으로 조선 3사의 수주목표 달성률은 90% 수준을 넘어섰다. 작년 70~8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봤을 때도 수주실적이 60%가량 늘어났다. 130억달러의 수주목표를 세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지금까지 각각 117억달러를 수주해 목표달성률 90.6%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중공업 역시 현재까지 212억달러를 수주해 목표액인 238억달러 달성, 수주달성률이 89.1%다. 수주 목표액을 견인한 것은 2~3년 뒤 경기회복을 예상한 상선의 발주가 늘고, 해양설비 수주가 꾸준히 이어진 덕분이다.

특히 상선의 경우 선가가 바닥으로 떨어진데다 고효율의 연비 높은 선박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한몫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목표 수주액을 채우지 못하면 독(dock·선박을 건조하거나 수리하는 시설) 회전을 위해 저가선박 수주에 급급하게 되지만 일감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서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가 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에는 올해보다 수주 증가율은 낮아지지만 선가 상승 폭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차별화가 마무리되면서 소수의 경쟁력 있는 조선사들로 쏠림 현상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조선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폐업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해 2014~2015년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약 80% 이상, 한국도 약 60% 이상의 조선사가 폐업하거나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 전체 수주액의 약 90% 이상을 세계 상위 일부 조선사가 수주한 것은 세계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및 차별화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선사들의 수주잔고가 2년을 채웠다는 점이 올해와 내년이 다른 점으로 꼽았다. 올해는 수주잔고가 1년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지만 내년엔 더 여유가 생긴 것. 여기에 유럽 금융시장이 안정돼 세계 선박금융 회복과 맞물려 선가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LNG선, 시추선의 발주가 집중돼 있어 조선 빅3사의 수주실적은 양호할 것”이라면서 “다만 상선의 발주는 경기 회복을 예상한 선발주가 올해 나올 만큼 나와 내년에는 올해만큼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어 “상선의 선가는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가시지 않는 한 하락세로 다시 반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8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8th SRE는 2013년 11월13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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